[아시아경제 ]정부가 에너지 위기 경보를 '주의'로 올렸다. 중동지역의 민주화 바람이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는데 따른 대응 조치다.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원유가격이 계속 올라간다면 '5% 성장, 3% 물가' 목표는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경보를 격상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에너지 '주의'경보는 상징성은 있지만 크게 실효성있는 조치는 아니다. 기념탑 등의 야간 경관조명을 끄도록 하거나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서 영업이 끝나면 불을 끄도록 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의 입장에서 위기상황이 아니어도 지켜야 할 에너지 절약법 정도의 낮은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시기적으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중동 사태 이전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한파로 전력소비량이 사상최고 수준을 거듭 경신했다. 그럼에도 도심에서는 새해 들어 한 달이 훨씬 지나서까지 성탄과 신년을 축하하는 휘황한 조명 장식이 불을 밝혔다. 난방비를 아끼려고 전기장판을 사들였던 서민들은 누진 전기료의 포탄을 맞았다. 하지만 정부는 '낮은 전기 값' 타령만을 했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2억3000만달러에 그치며 전달에 비해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은 정부의 안이한 자세가 한몫한 결과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 상승으로 상품수지가 전달 36억달러에서 지난 1월에는 16억달러로 격감한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분은 반영되지도 않았다. 중동사태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민주화 불길이 언제까지 얼마나 번질지,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세계 원유가격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무엇 하나 예측하기 쉬운 게 없다. 원유 값 전망을 놓고서도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과 120달러 이상 급등할 것이라는 시각이 맞선다. 결심을 단단히 하고 대비해야 한다. 중동사태에 따른 선제적인 시나리오별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하고도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성장과 물가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경제운용의 전반적인 틀을 재점검할 때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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