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건설현장 피습 잇달아..정부, 건설사 대책 '부심'

리비아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군부대의 유혈 충돌로 현지 진출 국내기업들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22일 오전 대우건설 본사 북아프리카 비상대책 상황실에서 임직원들이 긴급회의를 하고 있다.<br />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리비아가 걷잡을 수 없는 내란 사태에 빠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도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 일부 공사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습격으로 한국인 근로자가 다치고 장비를 약탈당하는 등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안전시설 대피..인명 피해도 입어22일 건설업계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리비아 동북부 지역 대수로공사 현장 한국인 직원 1명을 인근 대우건설 현장으로 대피시켰다. 대수로공사 현장은 이미 완공된 상태로, 대한통운은 사후서비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현장을 운영중이었다. 벵가지에서 송전선 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도 지난 19일 주민 20~30여명이 난입한 사건으로 방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회사는 한국인 직원 15명을 인근 대우건설 복합발전소 현장으로 대피시켰고 외국인 근로자 396명의 대피 계획도 수립 중이다. 지난 18일 데르나 지역 주민의 공격을 받은 원건설 직원 70명 역시 현지에서 피말리는 대피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인근 주민이 총과 칼을 들고 난입한 당일(18일) 공사현장에서 1㎞ 정도 떨어진 학교로 대피했다가 19일 데르나 시내에 있는 모스크로 대피처를 옮긴 후 또 다시 20일엔 현지 결혼식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20일 트리폴리 아파트 도급공사현장에 침입한 무장괴한으로 인해 한국인 직원 3명이 다친 신한건설도 수습대책과 대피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한국 직원 40여 명과 방글라데시 노무자 1600여 명이 있었는데 한국인 외에 방글라데시 노무자 2명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15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리비아에서 활발하게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우건설은 현지 지역 원로들과 협조를 강화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회사의 건설 현장이 발전소, 대형병원 등의 국가 기반시설이란 점에서 시위대가 안전을 보장해주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향후 2~3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며 "아직 직원들을 대피시킬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비상상황실을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철수도 검토..신규수주 당분간 위축 불가피벵가지에서 주택건설을 시행하고 있는 한미파슨스는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 회사 현지 사무소도 지난 20일 무장강도의 침입으로 재산상의 피해를 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해 철수 등의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현지에 있는 한국인 직원 30명은 사무실을 나와 임대한 일반 주택으로 대피했다"며 "현장 시공은 중국 회사가 맡고 있고 한미파슨스는 건설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상태로, 최악의 경우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리비아는 국내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며 해외수주(누계)만으로는 제3대 시장이다. 지난해 말(누계) 기준으로 294건에 364억달러를 수주해 전체 누계수주액의 8.6%를 차지했다.건설업계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공사현장은 향후 보상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 공사 현장에서 각종 시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 현대건설이 걸프전 발생 당시 이라크 정부로부터 11억달러의 공사대금을 못 받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미수금 일부를 탕감해 주고 나머지는 분할해서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리비아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 건설 수주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당장 리비아에서 계획된 신규수주의 발주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 교민·여행객 보호 비상체제 가동한국 정부 당국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는 인력 각 1인을 23일께 리비아 현지공관에 급파해 건설인력 및 교민 보호를 전담케 할 계획이다. 또 외통부는 이번 리비아 사태를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리비아 전역을 여행경보단계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 지정했다.한편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는 24개사로 총 2만20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 한국인 근로자는 1343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동북부 지역에는 10개사 343명이, 동북부 지역 중 벵가지에는 7개사에서 109명이 근무 중이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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