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동국대 등록금 4.9%↑..학생들 원성 고조

<strong>동국대, 등록금 4.9% 인상안 확정..인상률 1위학생들 당혹.."이 정도로 많이 오를 줄은 몰랐다"동국대 "지난 2년 동결로 적자예산..불가피한 결정"</strong>[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적어도 올해만큼은 등록금을 동결하는 게 대세 아닌가요? 저희 학교도 등록금을 안 올릴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런 소식을 들어서 당황스럽습니다." 볼멘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어림잡아도 20만~30만원은 오를텐데 만만한 액수가 아니죠. 총학생회에서 집회를 연다면 참석을 해봐야겠습니다"

동국대가 등록금 4.9% 인상안을 확정해 학생들에게 통보한 7일, 총학생회 소속 한 학생이 교정에서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설 연휴 직후인 지난 7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교정에는 학생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었다. 학교 측의 해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교정 곳곳에 나붙기 시작했고 쌀쌀한 날씨 속에 1인시위를 벌이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학생회 심장부인 총학생회실은 눈코뜰 새 없이 분주해보였다. 1인시위용 피켓이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간부들은 학생들 문의전화 받으랴, 곧 들어올 새내기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설명할 지 의논하랴 정신이 없었다.오리엔테이션ㆍ단과대학 별 설명회 등 새내기 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할 대학 교정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건 동국대가 많은 학생들의 예상을 깨고 등록금을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 날 동국대는 지난해보다 4.9% 오른 등록금 고지서를 학생들에게 보냈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과 물가잡기 총력전에 발맞춰 전국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등 170여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키로 한 시점에 나온 결정이다. '인상률 1위'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도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동국대 총학생회장인 권기홍(24ㆍ남ㆍ법학과 4학년)씨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이들 놀라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상황에 물가가 오른다고 등록금을 대폭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권씨는 또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가동이 됐지만 위원회가 열릴 때면 늘 학교 측과 학생들 사이 입장 차이만 확인할 뿐 별 소득이 없었다"면서 "학생대표가 불참한 채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 결정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교정 곳곳에 나붙고 있다.

총학생회는 8일부터 1인시위를 확대하고 같은 날 동국대 모든 학생이 참석할 수 있는 긴급확대운영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학교 측에 등록금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겠다는 게 총학생회 방침이다. 교정에서 만난 윤성호(25ㆍ남ㆍ국어교육과 4학년)씨는 "오르는 물가만큼 가계소득이 느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제가 다니는 학교가 등록금 인상 선두주자가 돼버려 안타깝다"고 했다. 김민정(22ㆍ여ㆍ국문학과 3학년)씨는 "오르더라도 이 정도로 많이 오를 줄은 몰랐다"면서 "반대 집회가 열리면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참석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등록금은 단과대학별로 적게는 약 350만원에서 많게는 약 450만원이다. 등록금이 최대 22만원 가량 오르는 셈이다. 김씨는 "22만원이면 큰 돈이지만 학생들이 단순히 액수만을 문제삼는 건 아니다"라면서 "물가는 점점 더 큰 폭으로 오를테고 그러면 등록금도 꾸준히 상승할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2000년에는 등록금이 지금의 절반이었다는데 10년 새 이만큼 오를 줄은 몰랐다"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등록금은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이 모여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는 모습.

교육과학기술부는 물가안정 차원에서 등록금을 동결해줄 것을 전국 대학에 적극 요청해왔고 이에 부응해 지난 1일 기준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전국 170여개 4년제 대학ㆍ전문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키로 결정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는 모두 108개 대학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었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5.1%)에 가까운 4.9%를 인상한 것과 관련해 변재덕 동국대 홍보과장은 "지난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적자가 났고 적자가 나다보니 부족한 돈을 적립금에서 빼 써야 하는 데 적립금도 다 써서 불가피하게 등록금을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 과장은 또 "지난해 뽑은 신규 교수가 49명인데 이 분들에게 들어가는 직간접 비용이 40억원 가량 된다"면서 "4.9%는 꼭 필요한 수치다. 다른 대학보다 (인상률이)높아도 학생들이 불가피했던 부분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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