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 곳 없는 대학생, 우울한 졸업 시즌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고 한다. 졸업을 해도 갈 곳이 없는 학생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로 빠르게 회복했다지만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학력 실업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은 최근 지난해 대졸 실업자가 34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2000년 23만명이던 것이 10년 만에 11만6000명, 50% 이상 늘어났다.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청년 실업 해소를 시급한 과제로 내세워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대졸 청년층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이들이 많이 찾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일자리는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일자리는 2008년 372만4000개로 1995년보다 40만3000개 줄었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1995년 51.4%에서 2008년 83.8%로 높아지면서 졸업생이 33만명에서 56만명으로 늘어났다. 학력상승으로 높아진 구직 눈높이와 일자리 현실 사이에 미스매치라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걱정은 고학력 인력의 미스매치가 해소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점이다. 대기업 일자리는 급속한 정보화와 생산 설비의 해외 이전 등으로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공공기관도 구조조정의 여파로 일자리를 줄여야 할 판이다. 정부는 기술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춰 대학의 통폐합과 정원 감축 등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대졸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도 한계가 있다.결국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 이상의 근본 대책은 없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들의 고용을 늘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학력 간 임금격차를 줄여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넓혀 학력 인플레 문제를 해소하는 일도 급하다. 부단한 일자리 창출과 학벌 위주의 병폐를 고쳐 중소기업에도 인재가 몰리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한 길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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