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2명 탑승에 속도 내기 어려워..여성 운전자에 적합
기아차 신형 모닝.
[서귀포=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은 확고한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경차 시장이 빈약한 국내에서 출시 6년 만에 밀리언셀러 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모닝은 이 같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보다 과감한 시도를 통해 기존 경차와는 '급'을 달리했다. 차체도 커진데다 발열핸들, 6에어백 등 중형차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 사양이 적용됐다. 차값도 최고 트림에 온갖 사양을 모두 포함할 경우 1500만원에 달한다. 마치 '경차는 싸다'는 편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신형 모닝의 외관은 기존 모델보다 넓어졌다. 송세영 기아차 디자인센터 이사는 "유러피안 스타일의 당당한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외부를 둘러보고 운전석에 올랐다. 내부는 예상했던 것 보다 넓었다. 신형 모닝이 20~30대 여성 운전자의 감성을 많이 고려했다는 인식 때문에 성인 남자가 타기에는 비좁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전고가 높아져 뒷좌석 역시 성인 남성이 올라타도 비좁지 않았다. 다만 트렁크는 예상대로 작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경차의 특성으로 받아들였다.계기판은 단순했다. 직선과 심플함을 추구하는 기아차 디자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핸들에는 볼륨 조절, 핸즈프리 등 갖가지 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이날 시승한 차는 모닝의 최고급 트림에 웬만한 옵션은 전부 갖춘 '모닝 치고는 비싼' 모델이었다.동급 최초로 적용된 '버튼식' 시동을 켜고 제주도 서귀포 일대 도로로 나섰다. 차를 주행할수록 드는 생각은 확실히 여성 고객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는 점이었다.성인 남성 2명이 탔는데 생각보다 차의 스피드가 떨어졌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RPM이 6000까지 치솟았으나 속도바늘은 30~40km를 가리켰다. 남성 몸무게 때문에 차가 버거워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이 때문에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여성 운전자에게 모닝은 더 어울려 보였다.주행중 최고 속도는 100km 정도였다. 물론 그 이상의 속력도 나올 수 있지만 엔진 성능 보다는 주행에 따른 가속도 영향이 더 컸다.소음도 다소 거슬렸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 날씨 탓도 있겠지만 바람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주행 중 음악을 켠 상태였는데, 달리는 동안에는 음악이 소음에 묻힐 정도였다.서귀포 시내로 들어서자 오히려 경차의 강점이 나타났다. 대형차에 비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이리저리 차를 운전하기가 쉬웠다. 뻥뚫린 도로 보다는 시내 주행용으로 적합했다.시승 후 잠재고객들이 기아차 모닝과 소형차인 신형 엑센트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트림의 경우 가격이 겹치기 때문이다. 여러 편의 사양을 고려하면 모닝을 추천하지만 주행 성능을 놓고보면 엑센트가 앞선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한편 이날 시승행사에는 일본경차협회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나카 일본경차협회 고문은 "모닝이 일본 경차 규격보다 크다"면서 "닛산 마치나 도요타 비츠, 야리스 등 소형차가 라이벌 차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모닝의 가격경쟁력은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본에서 경차가 이 정도 가격이면 저렴한 편"이라면서 "오히려 일본 경차보다도 가격이 낮은데다 디자인이 세련돼 일본 소비자들도 호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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