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성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후 주석은 중국이 G2 국가임을 각인시키는 명분을 얻고 450억 달러의 선물보따리를 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를 챙기도록 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그러나 일부는 불만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상호 투자에서는 양국이 수확을 거뒀지만 쟁점이었던 위안화와 인권 등의 문제에서는 절충점을 찾지 못햇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450억 달러라는 '거창한' 숫자에도 성사된 거래(deal)가 이미 발표된 것이거나 양해각서(MOU)일 뿐 확실한 보증이나 매출, 일자리가 아니라고 혹평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미국이 최강국이라지만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명색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위안화를 덥석 절상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위안화를 미국 요구대로 절상한다면 수출이 치명타를 입을 게 뻔한 데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오판이다. 중국외환교역중심은 달러-위안화 환율을 지난 19일 6.5885위안으로 고시했다. 13일 달러당 6.5위안대로 떨어진 이후 최저치다. 위안화 가치를 최고로 올려놓은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 요구는 수용하지 않되, 서서히 올려서 경제에 주는 충격을 덜고 미국의 불만도 누그러뜨리려는 것으로 보는 게 옳지 않을까. 빠르든 늦든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경쟁국인 한국에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쇼핑리스트'를 자세히 본다면 한국이 넋 놓고 좋아할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후 주석의 방미기간중 전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과 건설장비 업체 캐터필러 등 세계 일류인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앞다퉈 합작 투자회사를 세우는 계약을 맺었다. 총 21억 달러 어치의 계약을 맺은 GE는 고속열차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했다. 또 중국 전력업체에는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중국산 항공기에 쓰일 항공전자장비개설에 나서고 중국기업과 열병합발전용 가스터빈 공급, 석탄가스화공정 기술개발에도 합의했다. 또 미국 최대알루미늄 생산업체이 알코아는 75억달러 규모의 알루미늄과 전력생산 투자에 합의했다. 캐터필러는 현지투자법인 캐터필러차이나 인베스트먼트에 미국산 건설장비와 엔진을 수출하기로 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가스터빈, 열병합발전소,고속열차,건설중장비,석탄가스화공정이 다 무엇인가? 한국이 주력 수출산업으로 삼고 있거나 차세대 먹을거리로 꼽고 있는 분야가 아닌가? 미국은 핵심기술은 빼놓고 단순히 제품 공급에만 그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가만있을까?. 기술이전을 받고 안된다면 베끼기에 나설 것이다. 자동차와 항공기 등 첨단 제품을 찍어내고 있는 중국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한국의 턱 밑까지 따라와 있다. 한국의 삼성중공업이 독점해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최근 4척이나 수주했을 만큼 조선업에서도 기술력이 진일보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올해 연구개발(R&D)에 1537억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이다. 미국 다음의 규모로 한국(448억 달러)의 세배나 되는 규모다. 중국이 미국 기술을 도입해 수출화에 나설 때 그것은 한국에는 재앙이 될 게 틀림없다. 번창하는 중국은 한국의 디스토피아(dy stopia)가 될 것이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한 이건희 삼성회장의 말을 한국 전체에 울린 경종이다. 5년,10년,20년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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