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에너지정책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기름 값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휘발유 값의 '비대칭성'이 문제라고 한다. 휘발유와 원유 가격의 변동 추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원유 가격이 오르는 틈을 타 정유사가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유사의 폭리는 절대 용납할 수 없지만 선정적인 논란 때문에 에너지 정책의 진짜 심각한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기름 값 논란이 다시 불거진 이유는 배럴당 국제 원유 가격이 138달러에 이르렀던 2008년과의 비교 때문이다. 당시 휘발유 가격은 1907원이었다. 그런데 원유 가격이 91달러에 불과한 요즈음 휘발유가격은 ℓ당 1817원이나 된다. 모든 상황이 그대로인데 원유와 휘발유 가격만 그렇게 변했다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사이 환율이 20% 이상 올랐다. 환율을 고려하면 원유 가격이 생각처럼 많이 내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욱이 2009년 1월 정부가 고유가 대책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인하했던 원유 수입 관세와 유류세를 다시 올렸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이 휘발유 ℓ당 100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환율과 세금 인상을 고려하면 주유소가 크게 '묘하다'고 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원유의 ℓ당 가격이 690원에 이르고, 휘발유의 공장도 가격은 790원 수준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정부가 국세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3000억원의 아까운 예산을 무작정 퍼 줬던 2008년의 '유류세 환급'처럼 실효성 없는 정책을 반복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고유가에 시달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그동안 애써 강조해 왔던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모든 책임을 정유업계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세계 5위의 정유산업도 정부가 지켜줘야 할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그동안의 기름 값 논쟁에서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계학의 기초상식인 '결합원가'의 대표적인 경우인 휘발유 원가에 대한 논쟁이 사라졌다. 원유에서 한꺼번에 생산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원가도 파악할 수 없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휘발유 원가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던 셈이다. 과도하게 부과되는 엄청난 세금의 존재를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도 중요한 소득이다.이제는 세수 확보만을 위해 만들어진 유류세와 포퓰리즘적 전기요금 정책에 의해 극도로 왜곡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녹색성장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앞세운 장밋빛 구호만으로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소비를 합리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우리 에너지 소비의 난맥상은 심각하다. 난방용 전력 소비가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것부터가 심각한 문제다. 과도한 유류세와 지나치게 낮은 전기세가 만들어낸 기막힌 현실이다. 원자력 비중이 40%를 넘는 우리 형편에서 전력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혹한으로 전력 공급을 걱정하는 나라가 우리뿐이라는 부끄러운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유사 휘발유와 경유 문제도 심각하다. 국민을 탈세의 유혹에 빠뜨리는 것도 잘못이지만 유사 석유 제품 때문에 정부가 낭비하고 있는 비용과 사회의 도덕적 해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유류세와 전기요금 개편이 녹색 성장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달콤한 유류세와 신재생 에너지의 환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