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의 책 12편] 통섭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 창출로'

김대근 숭실대학교 총장

'통섭(consilience)'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통섭으로 성공한 제품은? 한 때 유행했던 초콜릿폰이다. 오디오 전문가의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핸드폰에 카메라가 들어가고 오디오가 비벼지고 게임기가 둥지를 틀고…. 이 정도면 통섭은 창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신성장 동력을 뜻하기도 한다. 숭실대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통섭'을 선택했다. 전주비빔밥 같은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산업단 하나에 6개 학과 교수들이 벽을 허물고 한자리에 모여 미래에 찾아올 문제를 예측하고 학생들과 함께 풀어나간다. 숭실대는 20년 뒤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낼 핵심 사업이 '통섭형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과 이론들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일치시키는 것.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을 다양한 학문 분야들을 가로지르며 현상들과 그 현상들에 기초한 이론들을 한데 묶어 공통된 하나의 설명체계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크레타 섬의 미로를 떠올려보자. 헤라클레스처럼 힘이 센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의 미로 중심부로 걸어 들어간다. 수없이 구부러지고 틀어진 길을 따라가면서 그는 아리아드네가 준 실타래를 풀어놓는다. 테세우스는 숨겨진 통로 어딘가에서 사람의 몸에 황소의 머리를 한 괴물인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 그는 해마다 아테네에서 바친 7명의 처녀총각을 희생양으로 삼아온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 그가 온 길을 돌아 미로를 빠져 나온다. 이 이야기에서 미로는 미지의 물질세계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무엇일까? 그것은 학문 간의 '통섭적 가로지르기'를 상징한다. 테세우스는 인류이며 미노타우로스는 우리 자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비합리성이다. 지식의 미로 입구에는 물리학이라는 통로가 있지만 미로의 안쪽 깊숙한 곳에는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그리고 종교로 통하는 통로가 이어져 있다. 함께 넘나듦(jumping together)이라는 뜻의 라틴어 'consiliere'에서 따온 통섭(consilience)은 학문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뜻한다. 21세기 학문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으로 양분되고 사회과학은 생물학과 인문학에 흡수될 것이다. 그리고 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하려는 인간 지성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통섭'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빠른 변화로 눈을 돌려야 한다. 아이폰이 나오자마자 아이패드가 나오고 세상은 그렇게 빨리 변해간다. 최근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통섭'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정부도 금융위기 이후 약화된 성장잠재력을 강화하여 향후 5~10년 후 대한민국을 선도할 신성장동력으로 고부가가치 기술 및 서비스 산업을 발굴하여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신성장동력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간의 융합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수평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통섭적 연구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숭실대는 이런 학문과 연구의 패러다임 변화를 직시하고, 향후 국내외 각종 융·복합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학교 내의 모든 조직을 아우르는 '숭실융합기술원'을 지난해 5월 만들었다.

통섭 (에드워드 윌슨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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