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들지 않는 '하늘의 눈'

공군 30방공관제단 예하 8785대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은 지난해 한반도를 최대 안보위기로 몰아간 천안함 폭침에 이어 6ㆍ25전쟁 이후 우리 영토에 대한 첫 공격인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했다. 이에 우리군은 군사적 대응으로 지난달 20일 연평도 해상사격을 실시하고 21일에는 성탄 트리 모양의 애기봉 등탑을 점등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군 당국은 군사적 긴장감에 북한의 동향을 감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언제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군도 북한 상공에 떠있는 모든 미확인 물체를 놓치지 않고 추적하고 있다. 그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1월 1일 새해 첫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에 위치한 '하늘의 눈' 공군 30방공관제단 예하 8785대대를 찾았다.

 

강원도 대관령을 차를 몰고 찾아간 기자는 부대위치가 1700m가 넘는 고지 위에 있다는 말에 하얗게 눈으로 덮힌 먼산만 바라봤다. 일반차량으로는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해 부대에서 마중나온 사륜 구동차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없었다. 산밑에서 부대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만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차를 타고 '산악행군'에 나선 가운데 평창 시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이 점점 더 굵어지며 쌓이기 시작했다. 운전병은 눈이 그냥 쌓이는 것이 아니고 땅에 닿으면서 곧바로 얼고 그위에 다시 눈이 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쌓인 눈은 최고 2m 높이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눈길이 험악하다보니 간부들은 트럭을 버스로 개조한 일명 '뻐럭'을 타고 출퇴근한다. 25명이 탑승할 수 있는 뻐럭은 2대를 운영한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아예 운행을 하지 못하며, 어떤 경우 부대원이 이틀정도 고립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이 차량은 보기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차량 무사고기간은 무려 28년 5개월에 달하며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송반장 박선우 상사(부사관 147기)는 "출퇴근 차량은 매일 운행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점검을 해야 한다"며 "운전할 때도 과속은 금물이고 저속으로 안전운행을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부대에 도착하니 입이 딱 벌어졌다. 엄청난 추위에 한번 놀랐는데 온통 하얗게 뒤덮인 장엄한 전경에 또 한번 놀란 나머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차에서 내려 차문을 닫으려고 손잡이를 잡자 손바닥이 쩍쩍 소리를 내며 달라 붙었다. 이날 온도는 영하 15도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28도에 달했다. 가장 추운날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져 남극 세종기지의 추위와 똑같아진다고 한다.

 

이날은 추위에 질려 도저히 경계 근무체험을 할 엄두가 안나 일찍 잠을 청하고 새벽근무를 서겠다고 자청했다. 하지만 쪽잠을 자고 눈을 뜨고 나서는 후회가 앞섰다. 새벽 3시 따뜻한 이불에서 나와 완벽한 방한복 착용을 장담했지만 건물 밖을 나가자마자 숨이 턱 막혔다. 새벽 기온이 영하 22도로, 체감온도 로는 영하 33도였기 때문이다. 초속 20m로 부는 바람은 아예 말문을 닫게 만들었다. 귀에는 찢어지는듯한 바람소리가 스쳤고 옆사람 말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50m 떨어진 초소까지 움직이는 동안 발도 땅에 붙어 얼어붙었는지 천근만근이었다.

 

경계근무를 같이 나간 이창윤 이병은 "사회에 있을때 천안함사건이 터졌는데 군에 오니 또 연평도 도발이 일어났다"며 "우리들이 추위속에서 근무를 서기 때문에 부모님이 오늘도 편안함 밤을 보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장병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1평 남짓한 공간에서 하루 4시간씩 근무를 선다. 영하 25도 이하로 떨어지면 근무시간은 줄어든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아침 7시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가죽장갑이 얼어서 딱딱해진 것이다. 온몸 뼈마디는 추위에 얼어붙어 구석구석이 아파왔다.

 

하지만 장병들은 그 추위에도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와 뜨거운 보리차로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몸을 녹이는 사이 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간부들이 부대로 출근했다.

 

이 부대에서 운영하는 FPS-117 위상배열레이더는 잠들지 않는 '하늘의 눈' 이다. 돔 형태 안에서 제자리를 멤도는 레이더는 가로 5m, 세로 8m크기의 철판형태로 12초에 한바퀴씩 돈다. 한바퀴를 돌때마다 400km이상의 200개이상 목표를 동시에 화면에 띄워준다. 영화의 한장면처럼 초록색 야광색 실선이 360도를 돌아가면서 상공에 위치한 물체를 표시해준다.

 

하지만 전국 20곳의 레이더기지에서 자료를 받는 오산과 대구에 위치한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는 깜박이는 물체가 아닌 실시간 움직이는 물체로 감지된다.

 

또 레이다에 잡힌 물체가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네모, 아군 비행체처럼 자동응답을 할 경우에는 네모 안에 삼각형이 추가로 그려진다. 위상배열레이더는 한 순간도 쉴 수가 없다. 쉬는 경우는 정기점검 때와 번개 칠때가 유일하며 점검기간도 상급부대 지시아래 실시된다. 이렇기 때문에 평소에는 컴퓨터 자체에서 정기점검을 하며 육안으로 스파크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레이더반장 조승구원사(항공고 13기)는 "위상 배열 레이더는 북한이 교란을 하더라도 최적의 주파수를 자동으로 찾아 전자전 대응능력이 충분히 갖춰진 장비로,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한시도 눈에서 뗄 수 가 없다"고 강조했다. 1700미터 고지를 내려오면서 추위와 어둠속에서 우리를 지키는 든든한 장병들을 떠올리면서 그들의 건강과 축복을 마음 속으로 빌었다.

양낙규 기자 if@사진제공=공군 30방공관제단<ⓒ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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