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채·행원 출신..성장·내실 두마리 토끼 잡는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내정자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새 기업은행장으로 조준희 전무가 내정됐다. 공채 출신으로는 첫 내부 승진이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고무된 이유다.그간 기업은행장 자리는 주로 관료들의 몫이었다. 1961년 농업은행이 농협과 기업은행으로 분리된 이후 내부 승진 행장은 김승경 행장뿐이었다. 조 내정자가 두번째인 것이다.그러나 김승경 행장은 농업은행 출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은행 설립 후 50년 만에 사실상 최초의 내부 행장이 탄생한 셈이다.조 내정자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기업 은행에 입행해 종합기획부장·경인지역본부장·종합금융본부장·경영지원본부 장·개인고객본부장 등을 두루 거쳤다.기업은행 내부에서는 조 내정자의 승진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외부에서 온 행장은 기업은행의 속사저을 알기 힘들고 업무 파악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조 내정자는 30여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아 누구보다 기업은행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내년 경영전략도 이미 다 파악한 상태기 때문에 윤용로 전 행장이 닦아 놓은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2007년 말 윤 전 행장이 부임한 이후 기업은행은 빠른 성장을 해왔다. 실제 2007년 말 119조3042억원이었던 총자산은 올 9월말 현재 165조7652억원으로 38.9%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들의 평균 자산 증가율이 22.2%였던 점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에 가까운 성장이다.정책 과제인 중소기업 지원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옥죌 때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외면하지 않았다. 국책 은행으로서의 사명감도 없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위험 관리에 철저했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물론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IB)들도 놀랄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 성장과 내실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던 셈이다.지난해 말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영자율권 확대 공공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 등 공통 목표 외에 수익창출 역량 강화·영업역량 제고·중소기업 자금공급 강화 등 기업은행의 성과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해 '우수' 등급을 받을 경우 기관장 연임 건의 및 성과급을 지급할 방침이었다. 윤용로 전 행장이 이미 퇴임한 상황에서 내부 승진이라는 '당근책' 마련에 이번 성과 평가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물론 기업은행의 앞날에 남아 있는 과제도 많다. 먼저 중소기업 대출 위험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민영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도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개인고객 확충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금융권에서는 조 내정자가 그간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조 내정자에 대해 "금융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당시 전무로서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며 "이번 은행장 임명으로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내부 승진에 따른 사기 진작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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