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지난달 29일 외환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황에서 이런 의혹이 연속 불거지면서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우려된다. 어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 운영위원회는 현대그룹에 대해 인수자금 중 일부인 1조2000억원에 대한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다시 요구했다. 또 이날 현대그룹이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하려다 무산된 독일 'M+W그룹'의 모회사인 슈툼프 그룹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하려 했다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 매각 건은 응찰 전에 검토되다 무산된 점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지 모르나 현대그룹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더욱이 현대그룹이 밝힌 자금조달내역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의혹을 제거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무엇보다 어떻게 자본금이 33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나티시스 은행에서 1조2000억원의 거액을, 그것도 무담보ㆍ무보증으로 빌릴 수 있었는지는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현대그룹은 지난 3일 대출확인서를 제출했으나 채권단은 "의혹을 해소하기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거기에 서명한 두 명의 인물이 나티시스 은행 인사가 아니라 계열사인 넥스젠캐피털과 넥스젠재보험의 임원이란 것이다. 대출확인서 서명자 논란에 대해 현대그룹은 "서명자는 나티시스은행 소속 임원이 맞고 단지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대출계약서 제출을 현대그룹에 요구하고 앞으로 5영업일(14일까지)의 추가 소명기간을 주기로 했다. 그래도 충분하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에 대해 "위가 아파서 내과에 갔더니 팬티까지 내리라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대출계약서는 통상 관례에서 벗어난다며 제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대로 팽팽하게 맞선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에 이어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흠결없이 인수하기 위해서라도 자금조달을 둘러싼 의혹을 명쾌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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