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리는 G20 비즈니스 서밋에 글로벌 CEO 120명이 참석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 폴 퐁슬레 아베바 부사장,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인포시스 대표.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글로벌 재계의 'UN 총회'인 비즈니스 서밋이 이틀 일정으로 10일 본격 개막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리고 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거물급 경제인 120명의 대규모 참석도 이례적인데다, 참석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아젠더를 설정해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결론을 도출한다는 점에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는 평가다.비즈 서밋 참가 기업들은 세계 경제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석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439억 달러(포스코의 1.5배 수준), 평균 자산은 982억달러(삼성전자의 1.3배)에 달한다. 또한 작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총 4조 달러로 우리나라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8325억 달러의 4.8배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기준 남미대륙 전체 GDP(카리브해 연안국 포함)인 3조9765억달러보다 많고, 중국 GDP(4조9800억달러)의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strong> ◆ 공식 무대서 어젠다 설정…SK그룹 몸값 올라</strong>세계 경제를 대표하는 120명의 기업인들은 비즈 서밋 기간 중 4개 어젠다, 12개 소주제로 나뉘어 토론과 논의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는 11일 G20 정상들에게 전달되고, 이를 기초로 CEO와 정상들간 토론이 이뤄진다. 사실상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앞당기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 거시적인 경제틀이 바로 여기서 마련되는 것이다. 결국 소주제별 보고서는 미래 세계 경제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촉매제라는 점에서 그 내용을 결정짓는 기업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신재생에너지 분야 컨비너(의장)로 선정돼 에너지 산업의 청사진을 책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컨비너 선정은 SK그룹이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콜, 그린폴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포함한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가 SK그룹의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최 회장에게 이번 비즈 서밋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무대라는 큰 의미가 있다. 즉, SK그룹이 주도적으로 세계 에너지 산업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SK그룹이 리더십을 확보해가는 기회를 포착하게 되는 것이다.SK그룹이 최근 국내 대기업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녹색 투자 확대 등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담은 '환경보고서'를 발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부문의 컨비너로서 녹색 경영에 앞장섬으로써 비즈 서밋에서의 발언권을 높이고 그룹의 신뢰도를 향상시킨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위한 기업간 협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윤활유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 스페인 렙솔의 안토니오 브루파오 회장과 별도 회동을 갖고 양사간 협력을 논의하는 등 해외 CEO들과 다각도의 만남을 통해 사업 기회를 넓혀간다는 복안이다.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분야 컨비너로 선정된 데다 국내 대기업 그룹 가운데서는 최초로 환경보고서까지 발간함으로써 SK가 녹색경영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strong>◆"글로벌 사업장을 만들어라" 비즈 서밋 미팅 줄이어</strong>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다른 국내 기업들도 비즈 서밋을 계기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비즈 서밋의 공식적인 무대를 떠나 비공식적인 미팅에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2일 개막하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문에 10일 하루만 비즈 서밋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의 빈 자리를 이윤우 부회장, 이재용 부사장 등이 채울 전망이다. 이윤우 부회장은 협력 관계인 HP의 토드 브래들리 부사장을 만나 반도체 부문에서 양사간 협력을 논의할 전망이다. 또한 퀄컴 임원들의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도 예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방한 CEO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는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보쉬그룹의 프란츠 페렌바흐 회장과의 회동이 주목받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연료와 안전 등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해 글로벌 시장에서 382억 유로(약 64조1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보쉬는 현대차에 클린디젤의 핵심부품인 연료분사기 등을 제공하는 주요 파트너다. 정 회장은 다른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의 도널드 워커 회장과도 면담을 갖고 위아-마그나트레인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마그나와 현대차 계열사인 위아는 지난해 전자식 커플링 생산업체인 위아-마그나트레인을 설립했다.LG전자는 중국 통신사와 협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왕젠저우 차이나모바일 회장 등과 회동을 갖고 LG의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업 분야의 회동도 눈길을 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세계적인 광산기업인 리오틴토 발레 경영진과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경영진을 잇달아 만난다. 정 회장은 연쇄 회동을 통해 원료 수급 현황, 공동 사업추진 방안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할 예정이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도 원자력과 건설장비 등에 관한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관련 기업 CEO들과 개별 회동을 추진 중이다.오영호 비즈니스서밋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글로벌 업체 총수간 미팅을 희망하는 건수는 72건에 달한다"면서 "비공식 미팅까지 감안하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간 비즈니스 미팅은 훨씬 더 많을 것이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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