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담당한 현대증권도 책임 물어야거래소·금감원 등 관리감독체계 구멍투자자들 피해 '제2의 차이나리스크' 우려[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이창환 기자] 중국원양자원이 소위 '바지 최대주주'를 내세워 국내에 편법 상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정부의 규제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관련 기관의 무책임한 관리가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 거래소가 중국 등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을 무리하게 유치하는 과정에서 친구 명의의 차명 주식을 보유한 실제 소유주인 장화리 대표는 중국원양자원을 어렵지 않게 국내시장에 입성시킬 수 있었다. 감독을 해야 할 금융감독원도 해당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에 대한 사전 정보 입수나 기업의 투명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사후관리는 그야말로 딴 세상 얘기였다. 그렇다면 국내 상장 중국기업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중국원양자원이 '바지 최대주주'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9일 증권업계에 따른 중국원양자원이 상장 당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해외 상장을 막을 요량으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기업들도 차명 주식을 사용하거나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편법을 동원했다. 실제로 국내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대부분은 케이만군도(5곳)와 홍콩(9 곳) 등의 조세회피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상무부(MOFCOM)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2006년 '외국투자자의 국내기업 인수, 합병에 관한 규정'을 공포해 중국기업의 국외 증시 상장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중국 국적 기업의 해외증시 상장을 위한 승인을 어렵게 만들어 국부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회사의 최대주주가 중국인이면 예외없이 해외 증시 상장 승인이 더욱 어려웠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이 급한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나 케이맨군도 등에 페이퍼컴퍼니인 지주회사를 설립해 외국인 최대주주를 선임하고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회사들은 중국원양자원처럼 설립자가 친구를 최대주주로 만든 회사가 있는가하면 사제지간이나 부자지간, 비즈니스 파트너 등 다양한 최대주주를 내세워 국내 증시에 입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 같은 차명주식을 통한 편법 상장을 거래소가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묵인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거래소를 추진 중인 거래소가 해외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없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의 IPO(기업공개)를 담당한 현대증권도 회사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해당기업을 무리하게 상장시킨 것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중국기업이 많이 상장됐고 계속 이어질 전망이지만 중국기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투명한 회계 기준 등은 부족하다"며 "중국기업을 유치할 때 거래소 차원이나 담당 증권사 차원에서 좀 더 자세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상장 중국기업의 시가총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금융감독원 역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감독이나 신주발행 관련 서류심사 위주로 담당할 뿐 상장에 관한 실질적인 심사는 한국거래소가 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진 못하고 있다"며 "향후 차명주식여부가 있는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파장 및 전망은중국원양자원 사태는 향후 국내 시장에 일파만파가 될 전망이다. 우선 장화리 대표이사가 추재신 최대주주와의 명의개서 작업을 논의 중임에 따라 실제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원양자원은 현재 시가총액 7000억원 규모의 대형 기업이며 53%의 지분을 이전함에 따르는 세금 및 부대비용이 장 대표에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재신 씨가 형식상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5월 최대주주 지분 보호예수가 풀린 후 최대주주 블록딜을 통한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반응이 좋지 않아 이를 철회한 바 있다.장 대표가 명의개서 작업을 포기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중국원양자원의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장 대표이사라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이상 향후 추재신 최대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이나 둘 사이의 이면계약 존재여부에 따른 부작용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선의의 국내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차이나 리스크를 불러왔던 연합과기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연합과기도 상장 당시 오창, 화원, 리헝 등 다양한 회사가 하나의 지주회사로 통일되며 덩치를 키워 국내 증시에 입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회사 중 하나인 리헝이 문제가 생기면서 자회사의 주인들인 최대주주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생겼다. 때문에 회계 감사가 어려워지고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을 표명한 감사보고서가 제출되면서 국내 증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연합과기 사태가 중국원양자원이나 다른 중국기업들과 100% 비슷한 사례는 아니지만 국내 증시 상장 당시 다양한 편법을 동원한 중국기업의 특성상 비슷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는 언제든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다른 중국기업들의 지배관계나 기업 투명성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기업들에 대한 심사 역시 강화될 전망이다.이규성 기자 bobos@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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