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무역불균형 더 이상 안된다' 강경 발언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사흘 앞두고 '경상수지 목표제'가 이번 회의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최초 제안자인 티머시 가이트너 미(美) 재무장관이 한발 물러나면서 G20정상회의에서 불발될 것으로 보였던 ‘경상수지 목표제’가 또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美)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시 한번 강도높게 비판하며 경상수지 목표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인도를 방문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만모한 싱 인도총리와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반면 어떤 국가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2)에 대한 독일의 공격에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하며 위안화 절상은 물론 독일 등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일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2) 조치가 발표된 후 미국에 대한 전 세계적 비판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특히 독일은 대미(對美)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QE2를 '바보 같은' 정책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미국 금융정책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하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자기네들 역시 달러화 가치를 낮춘다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인 독일은 처음부터 미국이 제안한 경상수지 목표제에 크게 반발해 왔다.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자 가이트너 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후 “(현재 상황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 수치는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며 “서울 합의에서 정확한 수치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이면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WSJ은 “이런 상황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경상수지 목표제’가 G20에서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WSJ은 “독일의 9월 무역수지 흑자가 168억유로(234억2000만달러)를 기록, 8월의 90억유로·시장 예상치 120억유로를 크게 넘어섰다”면서 “이는 독일이 경제 회복을 위해 계속해서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반면 10일 발표될 미국의 9월 무역수지는 45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G20 정상회의의 최대 대립각은 위안화 절상에 대한 미-중간 논쟁에서 무역 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의 글로벌 무역 불균형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WSJ은 “위안화 절상을 줄곧 주장해 왔던 가이트너 장관이 중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초점을 무역 흑자국으로 이동했다”면서 “이는 중국에 대한 압박이 경감된 것인 동시에 독일과 같은 무역 흑자국의 부담이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독일이 G20을 불과 며칠 앞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한편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경상수지 목표제의 수치적 목표를 결정하는 대신 단계별 마감 시한이 담긴 추진 일정과 이행 담보 방안이 제시는 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과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버락 오바마의 발언이 QE2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된 강경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해수 기자 chs9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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