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지난 17일 1800시대의 대표적 소외주 LG전자 주가가 모처럼 폭등했다. 덩달아 최근 3개월 가까이 하락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하이닉스 주가까지 동반 급등했다. LG전자는 4600원(4.70%) 오른 10만2500원으로 마감됐으며 하이닉스는 1400원(6.64%) 오른 2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 상승에 소외돼 왔다는 것 외에 큰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두 종목을 급등시킨 모멘텀은 하나였다. LG전자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선임됐다는 소식이었다. 구 부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으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20년간 LG전자 계열사에서 경영을 해 온 그룹내 대표적 전자통이기도 하다.◆강력한 오너 효과, 파생효과도 메머드급=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지며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LG전자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KB투자증권은 "오너 경영자인 신임 CEO는 회사의 방향성과 성장 사업 발굴에 대한 확신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통신(MC) 사업부 중심의 강도 높은 조직개편,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에 따른 효과 등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평가했다.키움증권도 "스마트폰에 대한 부진한 대응 및 휴대폰 실적 악화 상황에서 CEO 교체는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한 직접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너 체제 구축으로 단기 집중 투자를 통한 휴대폰 사업의 조기 정상화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뒤를 이어 하이닉스 주가까지 동반 급등한 것은 구 부회장이 이전부터 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구 부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빅딜에서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에 합병된 LG반도체 대표였다. 이후 LG의 하이닉스 인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관심이 컸다고 알려져 왔다. ◆오너의 복귀는 주가에 보약?=증시의 오너효과는 6개월 전에도 증시를 강타했다. 바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복귀로 대장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투자자들의 집중관심 대상이 됐다. 이 회장의 복귀설이 나돌며 80만원을 돌파했던 삼성전자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호텔신라는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전무의 역할론이 부각되며 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심지어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주 펀드의 비중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회장이 복귀하면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바이오시밀러, u-헬스케어 등 삼성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의 코스닥기업들 주가들이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4년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구속과 보석으로 현대차 주가가 들썩였다. 2006년 4월19일 장중 9만1100원까지 올랐던 현대차는 정 회장이 구속되던 4월28일 장중 8만1900까지 밀렸다. 이후 6월14일 장중에는 7만200원까지 밀렸다. 하지만 정 회장이 구속 2개월만에 풀려나면서 8만원을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막연한 환상은 금물=하지만 이같은 오너 복귀의 효과는 오래가진 못했다. 4년전 정 회장이 복귀할 당시, 증권가는 한 목소리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6월30일 8만원을 회복했던 주가는 7월18일 장중 7만원선이 무너졌다.당시 증권사들은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혼란을 겪었던 경영이 빠르게 정상화할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고수했다. 목표가는 10만5000원에서 11만원까지를 유지했다. 단기적으로 노사협상 타결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현대차 내수판매 점유율도 다시 상승할 수 있는데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프로젝트와 신차개발 프로젝트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6개월전 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던 이건희 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장이 복귀를 선언한지 2주만에 87만5000원으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던 삼성전자는 최근엔 70만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이같은 오너효과의 빠른 소멸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너의 복귀는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짝 상승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기대감이 실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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