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정부에 대한 정면 대응부터 해명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 지나치게 앞서 갔다는 우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혼란 때문이었을까?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쓴소리가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지난 28일 오후 5시30분 제주도 서귀포시 해비치호텔. 400여명의 CEO를 비롯해 그 가족들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경련 하계포럼이 개막됐다. 회원사 가족들이 화합과 단합을 다지는 자리인 만큼 시작은 화기애애했다.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정병철 부회장이 개회사를 읽으면서부터.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포럼에 불참한 가운데 정 부회장이 대독한 개회사는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다소 강경한 톤으로 포문을 열었다. 작심한 듯 쏟아내는 쓴소리는 점차 수위를 높여갔다. "세종시와 같은 국가 중대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포럼장 분위기는 일순 돌변했다. 화합의 장은 온데간데 없고 출정식을 연상케했다. 이날 강경 어조의 배경은 정치권에 대한 섭섭함 때문이다."대기업이 투자를 안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물 건너간 세종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이다. 강경 발언에 일부 참석자들이 "재계 맏형으로서 할 말은 했다"며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하지만 '강약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의 뜻을 완곡하게 표현하지 못한 미숙함을 아쉬워하는 한숨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총론은 공감하지만 각론에 대한 엇갈린 반응.결국 전경련은 저녁 늦게 해명자료를 뿌렸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단합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우려를 담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의 웃지 못할 해프닝은 전경련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귀결된다. 재계의 섭섭함을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매파'와 되도록 마찰을 피해야 한다는 '비둘기파'간 갈등. 조직내 의견을 조율해야 할 회장의 부재가 더더욱 크게 느꼈던 하루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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