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기행] '캥거루 천국' 호주 넬슨베이

새끼를 품은 어미캥거루가 호주 넬슨베이골프장 그린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이번 주에는 호주에서도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포트스테판 넬슨베이로 떠나 보자. 시드니에서도 200km 떨어진, 자동차로도 족히 2시간 반을 달려야 하는 뉴사우스웨일즈의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포트스테판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넬슨베이는 바닷가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의 자그마한 해양 소도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한 '꿈의 도시'다.눈이 시리도록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앞에 전개되고 그 위로는 흰색의 요트가 질주한다. '돌고래의 낙원'이라는 이 바다가 바로 수천마리의 돌고래가 출산을 위해 몰려오는 곳이다. 27홀 규모로 유칼립투스의 숲속에 자리 잡은 넬슨베이골프장은 또 캥거루가 출현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골프장에는 캥거루가 수없이 나타나 골퍼들을 응시하기도 하고 샷을 방해하기도 한다. 어떤 홀에서는 떼를 지어 그린 위에 올라와 샷을 하면 캥거루가 다칠까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는 때도 있다. 필자가 샷을 하려고 그린 위를 보니 애기를 앞배에 안고 서있는 어미캥거루가 손을 저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샷을 멈추고 캥거루가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홀아웃을 하고 다음 홀로 향했다.현지 골퍼들은 캥거루에 연연하지 않고 플레이를 진행한다. 자세히 보니 골프공에 맞아 부상을 당한(?) 캥거루가 여러 마리나 돼 안쓰러웠다. 다리를 절거나 한쪽 눈이 찌그러진 놈, 머리에 부상을 입어 기어 다니는 놈 등 각양각색이다. 캥거루로서는 같은 지구 위를 사는 동물로 골퍼들의 행위가 증오스럽기만 할지도 모른다. 이 지역 골퍼들은 그러나 캥거루가 너무 많아 장해물이자 방해자가 되고 있어 캥거루의 부상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페어웨이를 향해 샷을 날린다고 한다. 넬슨베이는 인간과 동물이 교우하는 공동의 광장인 골프코스에서 골퍼와 캥거루가 어울려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글ㆍ사진= 김맹녕(골프칼럼니스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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