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
[아시아경제 ]스위스의 유력 비즈니스 스쿨인 IMD(경영개발 국제연구소)가 지난 19일 발표한 ‘2010년 세계경쟁력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지난 해 27위에서 23위로 4계단이나 상승했다. 반면 일본의 종합 순위는 조사 대상 58개국 중 27위에 그쳐 지난 해 17위에서 10계단이나 급락했다. 일본은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연속 5년 동안 종합 경쟁력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싱가포르는 1위, 홍콩은 2위를 차지하며 1994년부터 2009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국을 3위로 밀어내고 아시아 경제권의 강세를 보여주었다. 중국은 그렇다 치고 일본이 언제나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았던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에도 모두 뒤진 이번 결과에 일본열도가 내심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런 저런 지표 순위에서 계속 뒤로 밀리니 이러다가 정말 2등 국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았던 것일까. 지난 3월 하순 일본 경제 산업성이 한국 전담 부서인 ‘한국실’을 설치하면서 요즘 이상하리만치 잘 나가는 한국 경제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나섰다 한다. 물론 듣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낯간지럽고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막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들이 우리를 배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싹을 애초에 꺾어 놓지 못하고 여기까지 크도록 방치한데 대한 뼈아픈 반성과 여기서 더 이상 일본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냉혹한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일본 관료들이 골머리를 싸매고 걱정할 만큼 질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을까? 길거리에서 담배피고 침이나 뱉어대는 공중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가경쟁력의 근간인 기업의 현실을 놓고 생각해보자. 현대차와 삼성 그리고 LG를 비롯한 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며 지난 해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일본을 추월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보면 전체 무역수지 흑자규모 410억 달러 중 대중 무역흑자가 400억달러에 달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대일 무역수지는 327억달러 적자에서 264억달러 적자로 그 폭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평균적으로 300억달러 가량의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근로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철주야 열심히 일해 반도체와 휴대폰, LCD, 자동차 등의 제품을 수출해서 수백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해도 반 이상이 일본의 부품, 소재 기업에게 고스란히 헌납되고 있는 실정이다. 벌써 올해 1분기만 해도 대일 무역적자가 88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8%나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가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잠시 일본을 앞섰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대일무역적자의 원인은 투자자들도 잘 알다시피 부품, 소재 부문의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생산 1위 국가라는 명성에 비해 아직도 핵심 및 차세대 소재의 대일 의존도는 매우 높은 실정이다. 일례로 2009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흑자규모는 218억 달러에 달하면서 국내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전방산업인 세트업체들의 선전과는 달리 후방산업인 부품·소재·장비산업의 경우 2008년 기준 장비소재 수출은 13억 6천만 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무려 85억 달러로 여전히 해외 선진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주요 부품·소재 및 장비의 평균 국산화율도 40%에 그치고 있고 특히 3차 부품·소재의 경우 20% 수준에 불과해 국산화 노력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제품경쟁력의 근간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품, 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 설정도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일련의 상품개발 가치사슬에서의 부가가치 측면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는 R&D, 핵심 소재 및 부품, 브랜드에서 나오는 반면 우리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제조 단계의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편이다. 정부에서도 세계시장 선점 10대 소재(WPM)선정이라는 이벤트성 정책발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세계 각국의 경제회복 지연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요즘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져 주식투자자들로서는 대응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실적과 무관하게 제멋대로 날 뛰는 테마주만 쳐다보고 있기도 내키지 않는다면 당연히 정답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부품·소재 장비 관련주를 매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사로운 욕심에 때마다 선거에 출마해서 시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만이 애국하는 길은 아니다. 하루하루 치솟는 제조원가에 숨이 막혀도 거들떠도 보지 않는 대기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중, 소기업의 사정까지 주식투자자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의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혹은 요즘 같이 돼지 냄새 진하게 나는 주식시장에서 우리의 계좌를 튼실하게 지키려면, IT와 자동차 부품, 장비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꾸준히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투자자들부터 이렇게 관심을 갖고 혜안을 발휘 한다면 우리 코리아는 또 한 단계 레벨 업(Level up) 될 것이다. 일본이 걱정을 넘어 절망할 정도로. 장민수(필명 똘레랑스) 現 증권교육방송 스탁스토리 증권전문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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