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온수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 펀드애널리스트
어린이 펀드의 성장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 펀드에서 차익실현성 환매가 나타나며 어린이 펀드 역시 ‘환매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어린이 펀드는 1년 전 설정액이 약 2조5000억원에서 현재는 2조3000억원을 하회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어린이 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어린이 펀드가 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 아니다. 전체 증권 펀드에 비하면 어린이 펀드의 설정규모는 1.2%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어린이 펀드가 갖는 활용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 펀드는 자녀의 학자금, 결혼자금 마련을 비롯한 주택자금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양육비와 학자금 증가로 가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어린이 펀드는 목적자금 마련을 위한 좋은 투자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펀드(Child Trust Fund)를 도입하여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경우 어린이 펀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매매타이밍을 중시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에도 기인하겠지만 무엇보다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어린이 펀드는 일반 펀드와 구별되는 차이점이 없다. 연금저축 상품처럼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기투자 시 부여되는 혜택도 전무하다. 특징 없이 밋밋한 어린이 펀드를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린이 펀드가 장기투자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투자자들에게 실효적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장기투자자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증권부 김현정 기자 alphag@ⓒ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