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주공2단지 조합총회 현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이 '이전투구' 양상에서 '진퇴양난'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조합은 지난주말 열린 총회에서 성원부족으로 시공사 선정을 하지 못함에 따라 자율경쟁공개입찰제를 도입,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비대위 등 조합 반대파는 현 조합이 '무상지분율'을 최대한 확보하지 못하는 등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조합장, 대의원 등을 해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은 양측의 팽팽한 대립속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등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덕주공 6단지와 둔촌주공 2단지 등 인근 아파트에서도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내홍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인해 재건축시장 전체가 건설업계의 사업수주를 위한 과열경쟁과 이를 부추기는 세력들까지 가세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옆동네' 지분율에 고꾸라진 재건축 사업= 지난 1일 고덕 주공 2단지 주민총회가 열린 배재고등학교에선 시공사 선정을 위해 총회 참가를 독려하는 무리와 이를 반대하는 측 간의 세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반대측은 이번 총회에 참가해 시공사를 선정하면 최대 1억원 가량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인근 고덕 주공6단지의 시공사 선정에 참가한 두산건설이 무상지분율 174%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주공 6단지의 경우 완전경쟁공개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고 두산건설(지분율 174%), 대우건설(162%), 현대/포스코건설(151%), 삼성/GS건설(133%) 등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무상지분율이란 재건축 후 추가부담금 없이 입주할 수 있는 평형을 대지지분으로 나눈 수치다. 예를 들어 49㎡(15평) 아파트(대지지분 20평)의 무상지분율이 164%라고 가정할 때 대지지분에 무상지분율을 곱하면 33평(20평×164%)이 나온다. 대지지분이 높고,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추가분담금 없이 넓은 평형을 입주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무상지분율이 높을수록 조합원의 수익이 커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덕주공2단지의 경우 제한입찰제를 통해 총 3개사가 입찰에 참가했고 △삼성/GS 컨소시엄(무상지분율 137%) △대림산업(지분율 133%) △코오롱건설(지분율 132%) 등을 제시했다. 한 곳에 붙어있는 두 단지의 지분율 차이가 많게는 42%까지 차이나는 셈이다. 이에 2단지 재건축 사업의 수주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삼성/GS컨소시엄은 일반 분양가를 2269만원(3.3㎡)에서 3700만원까지 올리는 조건으로 164%까지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수정 제의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총회에는 전체 2771명의 조합원 중 800여명 안팎의 조합원만이 총회에 참석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옆 단지 무상지분율에 비해 낮다고 본 조합원들이 대거 총회 자체를 보이콧한 셈이다.'공공관리자제' 시행 전 시공사 선정될까?= 조합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2일 공공관리자제가 도입되기 전인 7월16일 이전에 조합원 총회를 다시 열어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한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합은 지난 1일 열린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완전경쟁공개입찰을 통한 시공사 재선정'을 주장했고 이에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공감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시 열리는 조합원 총회에서는 시공사 선정을 완전경쟁공개입찰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장은 "지난 1일 소집한 총회는 성원이 충족되지 않아 총회 재소집 상태로 넘어갔다"면서 "공공관리자제가 시행되는 7월16일 이전에 자유경쟁공개입찰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다시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주민 총회를 반대하고 나선 조합원들은 더이상 조합장과 대의원 등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6단지와의 지분율 격차를 이해할 수 없으며 건설사와의 일종의 단합을 통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축소하려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조합원은 "조합장과 대의원 및 조합 임원들을 해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하는데 전체 조합원 2771명 중 800여명만이 참석했다는 건 조합이 조합원의 신의를 잃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이번 총회 무산으로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의 속도가 제자리 걸음을 걷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완전경쟁입찰에 따른 사업제안서 마련 등 재건축 사업을 위한 준비가 하루 이틀에 끝나기 어렵다"며 "조합장 신규 선임 등까지 포함된다면 공공관리자 시행 전까지 시공사 선정을 끝낸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관리자제가 도입돼 시공사 선정이 진행되면 사업 속도는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느려질 것"이라며 "공공관리자가 주관하는 재건축사업에서 주민들이 건설사 주도 사업보다 많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예상했다.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무상지분율로 인한 조합원들의 갈등은 고덕주공 2단지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상지분율이 높게 제시된 고덕주공 6단지와 10대 건설사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둔촌주공 2단지 등으로 확산되며 재건축시장이 혼란 속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재건축 시공사 입찰제안서를 받은 고덕2단지. 최대 무상지분율이 137%로, 고덕6단지가 제시받았던 174%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무상지분율을 높일것을 요구한 끝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무산됐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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