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이모씨의 처절한 사연..투자처 못찾아 방황하는 재테크 공황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서울 강남 도곡동에 사는 이 모씨(56)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4년 전 퇴직금 등 은행에 맡겨놓은 2억여원으로 다달이 들어오는 이자가 100만원 가까이 됐지만 정기예금 금리가 3%대 아래로 추락하면서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절반 가량으로 확 줄어버렸다. 자녀 결혼자금 마련을 위한 정기적금은 아직 만기까지 1년 정도 남았고 주식투자자금을 선뜻 시장에서 빼오기에는 아쉬운 시기다. 당장 손에 들어오는 돈이 없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작은 평수로 옮겨볼까 부동산 시세도 알아봤지만 거래도 거의 없을 뿐더러 올 초보다 2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지금까지는 고금리로 큰 힘 들이지 않고 수익성과 안정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젠 다른 투자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느때 보다 신문도 자주 보고 평소 거래하던 은행에 들려 상담도 받아보지만 선뜻 내키는 게 없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주부 최 모씨(43)은 최근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는 소식에 은행에 들렀다 몇 번이고 발길을 돌렸다. 각종 우대금리를 모두 더하더라도 금리가 3% 중반을 넘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중학생 두 자녀의 교육비에 아파트 관리비, 세금, 각종 생활비 등 빠듯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한푼 두푼 모아보자고 다짐했건만 상담을 받을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은행들의 특별판매 예금도 사라지고 앞으로도 6~7%대 금리 상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주식ㆍ펀드 등도 알아 봤지만 투자경험이 없는 최씨가 선뜻 나서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많았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말에 3개월짜리 단기상품에 일단 가입은 했지만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다. 강남 잠실에 살고 있는 50대 사업가 김 모씨는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자금 10억원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다 일단 현금으로 보유하면서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만족할 만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투자처가 없는 데다, 여전히 경기회복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거액을 투자하기에 불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는 법. 오늘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 위치한 PB센터를 찾아 투자 상담을 받고 나온 김씨는 "앞으로도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 투자전략을 세웠다"며 "그래도 자꾸 예전 생각이 나 썩 맘에 들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시중은행 PB센터를 찾는 고객 대부분의 고민은 김씨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강남의 한 PB센터 팀장은 "요즘같은 상황에선 고객이 충분한 만족을 느낄 정도의 적절한 투자처를 찾아주기가 참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고객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배로 늘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강남부자들은 투자를 극히 꺼리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상황이며 상담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며 " 현금보유나 머니마켓펀드(MMF), 예금의 경우에는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ELD) 등을 주로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이현정 기자 hjlee3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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