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흡사 뒷골목 세계를 다룬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전직 건설업자가 검찰에 떡값에, 향응에, 성상납까지 했다고 폭로한 것이 엊그제다. 이번에는 별장과 아파트를 통째 뇌물로 받은 지방의 군수가 적발됐다. 토호 기업인과 권력기관, 각종 인허가권을 움켜쥔 지방자치단체장이 뒤엉켜 공생하는 토착비리의 현장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역 토착비리를 감찰한 결과 수뢰혐의 등이 있는 지자체장 4명과 지방공사 사장 1명 등 비리 혐의자 32명을 적발, 검찰에 수사의뢰하거나 수사 참고자료로 보냈다고 어제 발표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한 곳은 기초단체 4곳으로 4곳 모두에서 비리가 적발됐다. 그만큼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적발된 단체장 중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 내정된 사람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뇌물을 제3자를 통해 세탁해서 받는 등 수법도 교묘하다. 국민의 상상을 넘어서는 비리의 단면이다. 충남 당진군수는 공사 7건(102억원)을 수주받은 건설업자로부터 건축비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았다. 그는 또 아파트 건축과정에서 특혜를 준 대가로 처제 명의로 아파트 1채를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경북 영양군수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건설사에 27건, 3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해 주었다. 그는 대가로 받은 2억5000만원을 부인이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장 시설비로 사용했다. 내연의 여직원에게 아파트를 사주고 1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이 포착된 단체장도 있다. 인사비리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 군포시장은 지역 유력인사의 청탁을 받고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공무원을 재심을 통해 승진시켰다. '유력인사'는 자신이 지방선거에서 득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지자체장은 4년 임기가 보장되는데다가 예산ㆍ 인사ㆍ 인허가권은 물론 개발사업의 허가권 등을 행사하는 제왕적 존재다. 지자체장 선거가 비리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선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여기에 지연, 학연, 혈연이 얽히면서 소위 '관행적'인 접대와 청탁, 뇌물수수가 스스럼없이 이뤄지게 된다. 토착비리의 뿌리가 쉽게 뽑히지 않은 이유다. 사정시스템의 상시 가동,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때마침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이 옥석을 제대로 가려 공천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줄에 흔들리지 않는 유권자들의 엄정한 선택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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