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3500%와 60%. 2000년 12월 이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10여년 간 보유했을 때의 수익률이다. 10년 전 7달러에 불과했던 애플은 260달러를 웃도는 황제주로 변신했다. 반면 간신히 30달러 선에서 버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주들에게 2000년 말 이후의 시간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 IT 업계를 대표하는 두 공룡의 발자취를 10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흥미로운 사실과 만나게 된다. 1990년 말부터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가 4000%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해낸 반면 애플은 투자자에게 1달러짜리 한 장 쥐어주지 못한 ‘못난이’였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혈투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1라운드는 애플의 완패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세상을 평정한 데 반해 애플은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간극은 90년대 주가 차트의 영욕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때 막 태동하기 시작했던 디지털 음악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스티브 잡스였다. 아이팟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애플은 마침내 반전의 계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아이튠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 미디어 시장을 손에 넣었다. 애플의 성공 신화는 2007년 아이폰으로 이어졌고, 최근 아이패드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며 IT 업계의 절대 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2000년대로 들어선 이후 IT 세상은 애플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 IT 업계 공룡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 10년은 어땠을까. 야심작 윈도 비스타의 참패로 일격을 맞은 가운데 연이은 반독점 소송과 정체된 성장 사이클이 숨통을 조였다.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도미노 침체를 맞은 2007~2009년 애플의 순이익이 두 배 이상 급증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재무건전성은 두 개 기업 모두 양호하다. 현금성 자산 규모부터 부채 비율까지 탄탄한 대차대조표를 갖추고 있다. 반면 주가 비율은 크게 엇갈린다. 애플은 주가수익률(PER)이 20배를 훌쩍 웃도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대적으로 방어주에 가깝다.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두 개 기업이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 애플이 이른바 ‘아이월드’라는 하드웨어 장비에 주력하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업체다. 검색 엔진 ‘빙’을 개발하고 구글에 도전장을 냈지만 구글이나 야후를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Xbox도 마찬가지. 쏠쏠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결실을 이뤘지만 윈도7과 쌍벽을 이룰 만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 제품으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는 기업 경기에 달려 있고, 애플의 운명을 쥔 것은 IT 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다. 경제 회복은 두 기업이 함께 매달려야 할 전제조건이고, 첨단에 열광하는 신세대와 모바일 컴퓨팅은 이들이 공략해야 할 공통분모다. 지지않는 태양을 꿈꾸는 애플과 10년 전 영광을 되돌리고 싶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담금질은 이미 시작됐다. 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와 2000년대 애플의 현란한 주가 그래프를 앞으로 10년 동안 다시 볼 수 있을까. 황숙혜 기자 snow@<ⓒ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황숙혜 기자 snow@<ⓒ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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