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고수들의 투자비법 ③] 2000만원을 30억원으로 불린 김성철씨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1억원 투자해서 1억원을 벌겠다는 생각에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면 백전백패합니다. 목표치를 은행수익률의 2배 정도로 잡는게 가장 이상적이죠. 지금은 버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부동산투자자로 나선지 올해로 20년째인 부동산 투자 고수 김성철(사진)씨의 투자 철학이다. '은행수익률X2'가 적정하다는 김씨의 투자철학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부동산투자가 곧 대박으로 연결되는 현실에선 공감받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 역시 부동산 투자 초보시절부터 안전한 투자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김 씨가 부동산 투자시장에 처음 뛰어든 1990년은 아파트 투자 2차 붐이 일었던 때였다. 1차붐의 절정기는 1989년 4월이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1989년 4월 한달간 서울 강남권 아파트가격은 17.73% 올랐다. 이는 역대 최고 오름폭이다.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정부는 지금의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으로 불리는 5대 신도시 계획을 내놨고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일단 멈췄다. 하지만 1년 후 1990년 4월 봄 이사철 수요와 투기가 또다시 맞물리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한달만에 11.44%가 뛰었다. 대박을 꿈꾸는 시중자금이 또 다시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오며 '묻지마 투자'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김씨 역시 당시 지인의 말을 믿고 속칭 '딱지'로 불리는 분당신도시 야탑시장 입주권을 3500만원에 매입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입주권 매입 후 지하1층 슈퍼 상가를 배정받았다. 문제는 그가 받은 슈퍼에 70여명이 함께 배정받아 그의 몫은 실평형 기준 6.6㎡(2평)에 불과했다는 데 있다. 설상가상 조합장이 구속까지 됐다. 김씨는 결국 등기를 포기하고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비슷한 시기 4350만원을 투자해 생애 최초로 마련했던 빌라 투자도 실패했다. 그는 "우연찮게 군포시를 지나다 5대 신도시인 산본 인근에 있으며 역세권에 위치했다는 전단지를 보고 4350만원에 구입했는데 13년 후 4000만원에 팔았다"며 "대출금 3500만원의 이자와 수리비 등까지 고려한다면 손해는 더 크다"고 전했다. 그 후로 김씨는 '부동산 불패'를 믿지 않는다. 실패할 수 있음을 늘 염두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한 확실한 물건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목표 수익도 현실에 맞게 낮췄다. "2003년 한참 제주지역 토지 투자 붐이 일 때 그 지역 공인중개사에게 1억~2억원으로 투자할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한 적 있습니다. 중개사에게 바다나 한라산 조망권을 확보하고 묘지가 없는 지역이어야 하며 도로 인근에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중개사가 조건에 딱 맞는 물건이 있는데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놓친다고 해서 급히 현장에 내려갔습니다. 제가 말한 조건은 다 맞았는데 그 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공동 묘지였죠. 만약 급하다는 말에 현장을 확인해보지 않고 계약금 부터 냈다면 또 실패했을 겁니다."김씨가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가면서 실패보다는 성공한 투자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자산도 늘었다. 1990년 2000만원에 불과했던 종자돈은 지금 3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부동산 투자시장 불황기에 확실한 투자처는 무엇일까. 고속도로 IC 인근 반경 2~3km 지역의 토지부터 눈여겨 보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김씨 역시 2005년경 경북 의성군 고속도로 IC 인근에 1억5000만원을 들여 산 3305m²(1000평) 땅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당시 1억5000만원에 구입한 이 곳 인근에 의성휴게소가 들어서면서 호가는 7억원대로 뛰었다. 그가 최근 관심 갖고 있는 지역은 경북 상주와 영덕을 잇는 고속도로 인근과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인 강원도 춘천-원주 지역 등이다.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관광·레저산업이 활성화 된다는 점에서 평창 울릉도 등 관광도시도 관심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군산 풍력발전기 공장이 준공된 군산 지역은 중공업 단지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 유망지역으로 꼽았다.김씨는 다만 "토지는 초보 투자자가 접근하기 힘들다"며 "유망지역이라도 초보라면 지방을 기준 5000만원을 넘지 않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요즘 아파트 투자도 다시 볼 때라고 조언했다. 소위 말하는 역발상 전략인 셈. 그 역시 최근에 서울 대방역 근처 소형 아파트를 2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56.19m²(17평) 아파트로 대지 지분은 23.14m²(7평)정도 된다. 전세금 8500만원을 앉고 구입해 실 투자금은 1억3500만원이었다. 김씨는 "바로 맞은편 여의도는 내놓을 만한 학군이 없지만 아파트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며 "한강변이며 여의도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오를만한 곳이라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길 꿈꾸는 예비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했다. "부동산투자는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는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친척이나 친구, 전문가들의 권유로만 접근해선 안 됩니다. 본인만의 투자 목적과 전략, 가격 등 3가지 원칙을 세워 흔들리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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