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은 삼성전자·교통은 현대車가 주도
세계적인 스키장이 즐비한 캐나다 밴쿠버가 올림픽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12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준비로 도시 전체는 축제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흠이랄까. 각국의 선수단과 관광객들이 몰려 들면서 올림픽 열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축제의 한 가운데 삼성·현대가 우뚝 섰다. 삼성은 무선통신 마케팅에 집중하고, 현대는 대중교통을 책임지면서 올림픽의 두 혈관 '통신'과 '교통'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웰컴투 밴쿠버, 웰컴투 삼성'올림픽 현장에 몰아치고 있는 '삼성 바람'은 밴쿠버의 관문 '밴쿠버 국제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비행기에서 내려 출입국 심사대까지 이어진 복도는 사실상 삼성전자에 점령당했다. 10미터 간격으로 펼쳐진 삼성 휴대폰 광고는 이곳이 안방인냥 의기양양하다. 공항 직원인 민툰(23)씨는 "올림픽 시즌이 시작되면서 공항 내 삼성 광고판이 부쩍 늘었다"면서 "덕분에 직원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삼성 휴대폰에 관심이 커가고 있다"고 말했다.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스키,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20개 종목이 열전을 펼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 4종목, 45명 선수가 참가해 6개 금메달로 종합 순위 10위권 내 진입을 노리고 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올림픽공식 후원사로 활약하는 삼성전자도 밴쿠버에서 마케팅 주역을 탐내고 있다.공항에서 시작된 삼성 마케팅 열기는 시내로 들어갈수록 정점을 향한다. 올림픽 후원 휴대폰 '옴니아 II'의 광고판을 달고 달리는 시내 버스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스 정류장의 입간판도 대부분 삼성 차지다. 관광객들이 봅슬레이를 타면서 기념촬영을 즐기는 행사장의 뒤편, 30층짜리 건물에는 거대한 삼성 광고판이 내걸려 랜드마크 역할까지 한다. 올림픽 관람차 캐나다를 찾은 일본인 타니 히로(28살)씨는 "한국을 자주 찾는 편이어서 삼성에 대해 잘 알지만 밴쿠버에서도 삼성을 보니 반갑다"면서 "삼성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삼성은 코카콜라, 제너럴일레트릭(GE), 맥도날드, 파나소닉 등과 함께 9개의 IOC 공식 후원사에 속해 있다. IOC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개막 9일 전부터 폐막 후 3일까지는 공식 후원사만이 마케팅 활동이 가능하다. 또한 각 후원사들은 마케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예컨대, 삼성은 무선통신(휴대폰), GE는 백색가전, 파나소닉은 오디오 부문에서 홍보 활동을 펼친다. 올림픽위원회측은 "올림픽 현장에 와보면 후원사 9곳 중에서 삼성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버스 정류소의 입간판에도 삼성의 옴니아2 광고가 붙어 있다. 옴니아 2는 이번 밴쿠버 올림픽의 공식 후원 휴대폰이다.
◆ 밴쿠버 올림픽은 '삼성 독무대'삼성이 밴쿠버에 주력하는 것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은 올림픽 후원에 참여한 지난 10년간 회사 브랜드 가치는 5배, 휴대폰 시장 규모는 9배 이상 늘어나는 수확을 거뒀다. 삼성측은 "올림픽 후원을 통해 삼성 브랜드는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해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최첨단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밴쿠버 올림픽은 북미 지역에서 삼성 휴대폰의 호감도를 높이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마케팅 활동 중에서는 무선 올림픽 정보 서비스 'WOW(와우·Wireless Olympic Works)'가 특히 주목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시작된 와우는 메달 집계, 행사 일정, 선수 소개 등 다양한 올림픽 정보를 실시간으로 삼성 휴대폰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이들 정보를 올림픽 관계자들만 받아봤지만, 이번에는 삼성 옴니아 패밀리군(옴니아, 옴니아2, 옴니아 프로 등 5종)과 북미 출시 메시징폰을 사용하는 모든 고객에게도 정보를 제공한다.캐나다가 '아이스하키 강국'이라는 점도 마케팅 전략에 힌트를 줬다.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영웅 '웨인 그레츠키'를 비롯해 제롬 이긴라, 헤일리 위켄하이저 등 최고 스타들로 '팀 삼성'을 꾸려, 아이키하키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삼성의 맹활약은 밴쿠버 교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15년 전 이민와 밴쿠버에서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이환옥(56)씨는 "10년 전만 해도 일본 가전 제품에 가려 있었지만 이제는 '탑 클래스'임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번 동계 올림픽이 사실상 삼성의 독무대가 된 것 같아 무척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했다.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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