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조정 불가피..밸류 높아 방어 여력 없어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금융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조정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파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밤 미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급락하면서 수급선인 60일 이동평균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 증시가 60일 이평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3월 랠리가 시작된 이후 7월 초의 단 한번 밖에 없었던 만큼 미 증시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번 은행 규제안의 주요 골자는 상업은행에 대한 자기자본 투자 규제다. 상업은행이 모기지담보증권(MBS)이나 헤지펀드,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 은행 수익 목적의 자기자본 투자를 막고, 오로지 고객의 수익을 위해서만 투자를 허락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간의 경계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규제안이 증시에 부담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담당해 온 한 축은 대형 상업은행들의 적극적인 투자였고, 이것이 증시 및 상품시장의 강세를 어느정도 주도한 부분이 있지만, 이들의 투자가 제한될 경우 주식시장의 유동성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국내증시에서도 외국인들은 현ㆍ선물 시장에서 일제히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면서 미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조정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는 이미 1만계약을 넘어섰는데, 매도 규모가 1만계약을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10일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역시 시장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기부양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또다른 쪽에서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은행의 수익 타격은 불가피하고, 이것이 대출 감소로 이어질 경우 정부가 노력하는 경기부양과는 점차 괴리가 발생하게 되는 것. 이는 투자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야기하며 주식시장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대형 상업은행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 증시 역시 당분간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 은행 규제안 소식에 국내 은행주도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정도일 뿐, 국내 은행주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투자심리가 위축됐을 때 이를 막아낼만한 주식이 없기 때문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통신이나 전기가스 업종 등 전통적인 방어주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들 방어주는 말 그대로 시장이 급락할 때 이들 주가가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시장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최근의 강세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위축되면 방어주도 같이 위축돼 시장의 밸런스가 무너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시장이 순환매 양상을 지속하면서 대부분의 업종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고, 이중 유일하게 시장 대비 수익률이 하회했던 업종이 바로 은행주다. 문제는 이번 악재가 미 은행주에서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가장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주가 상승하면서 시장의 급락세를 저지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것이 어려워진 만큼 국내증시 역시 일정부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은행 규제안은 향후 잠재적인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증시의 주변 환경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은행 규제안이 발표되면서 시장에 조정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5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1.21포인트(-1.81%) 내린 1690.80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시각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1200억원을, 선물 시장에서 1만700계약을 순매도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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