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아파트 거주 장애인·독거노인 10여 명인근 주민들에게 1000원씩 걷어 ‘아이티 돕기’"딩동, 나 1502호인데 지진 난 데 돕게 1000원만 내쇼."
광주 북구 우산주공아파트 황성자 할머나와 주민들은 21일 오후 지진피해를 입은 아이티 돕기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최기남기자 bluesky@
21일 오후 4시 광주 북구 우산주공아파트 303동에는 의문의 화장지 각(?)을 든 ‘할머니 부대’가 등장했다.이 아파트 주민인 할머니 10여 명은 집집마다 돌며 최근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이티 돕기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대부분의 할머니들은 지팡이를 짚거나 허리가 구부정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만 한걸음씩 천천히 발길을 옮기면서도 마냥 신이 난 듯 “아이티를 도웁시다”라고 크게 외쳐댔다.할머니들이 직접 모금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게 된 것은 전날 오후 오순도순 모여 점심을 먹다가 본 뉴스 때문이었다.맨 처음 아이디어를 낸 황성자(71)할머니는 “TV에서 외국사람들이 지진 때문에 먹을 것 갖고 총 들고 싸움하고 거리에서 지내는 것을 보고 눈물이 다 났다”며 “너무 마음이 아파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함께 모여 있던 할머니들과 얘기해 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 할머니들은 모두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으로, 한 달 평균 30만∼40만원에 해당하는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수급자들이다.다들 연로하거나 지병이 있어 거동이 시원찮은 탓에 한집한집 돌며 모금 활동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가장 팔팔(?)한 할머니를 중심으로 몇 명씩 번갈아 쉬어가며 모금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건강하다는 이유로 모금운동의 총괄을 맡은 김신자(59)할머니는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어 많이는 못 내지만 1000원씩만이라도 걷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얼마나 걷힐지는 모르겠지만 나로 인해 저 사람들이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어 김 할머니는 “일단 돈을 걷고는 있는데 이 돈을 어디다 갖다줘야 아이티까지 배달 될 수 있냐”고 되물었다.한편 할머니들은 이날 10만원을 모았으며 앞으로 1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일주일동안 인근 주민들에게 모금활동을 더 벌이기로 했다. 광남일보 김보라 bora1007@gwangnam.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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