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열흘 만에 돌아온 두바이. 두바이의 좋은 친구는 'Welcome to Dubai'라며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지난 일주일간 세계를 강타했던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사태는 좋은 화제였다. 맛난 '양고기'에 복분자도 곁들였다. "맞아, 옛날 두바이는 양을 쳤었지!!"◆ 양 치던 두바이, 중동의 물류허브 되다과거 양을 치던 베두인들이 사용하던 천막은 지금도 '마즈리스'(majlis) 라는 이름으로 최고급 호텔에 종종 등장한다. 이번 주 '오메가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 골프대회가 열리는 곳도 에미레이츠 골프 클럽의 '마즈리스' 코스다. 예전 양치기와 함께 진주 조개잡이도 바닷가에 접한 두바이의 빼놓을 수 없던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러던 두바이는 1960년대 석유개발, 1970년대 라시드 항 개항, 1980년대 제벨알리 항의 건설과 에미레이트 항공의 출범으로 중동의 물류허브로 높게 날았다. 사람들은 지금은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두바이인데도 여전히 중동산 원유를 '두바이유'라고 부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두바이는 석유도 거래되던 중동지역의 상업 중심지(허브)였기 때문이다.◆ 돈이 흘러드는 '저수지', 두바이두바이는 또 비록 석유가 '샘'처럼 솟아나지 않기는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중동 아프리카의 돈이 흘러드는 '저수지' 같은 곳이었다. 1960년대 인도의 국유화조치, 1970년대 우간다 등 아프리카의 정국불안과 이란의 이슬람혁명, 1980~90년대 중동의 많았던 전쟁, 그리고 2001년 9·11사태까지, 지난 수 십 년간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엄청난 자금이 두바이로 흘러들었다. 특히 9·11사태 이후 아랍세계의 오일머니는 서방의 따가운 눈총에 두바이로 향했다. 이 때 두바이는 '빅 두바이 스토리'를 만들어 세계의 돈을 끌어들였다. 2002년 이후 계속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의 최대 수혜자도 두바이였다. 당시 두바이의 지도자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한 '비전'을 제시하며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 세계인의 눈에 두바이는 상상만 하면 그대로 이뤄지는 '환상의 나라'로 비쳤다. 다만 환상의 나라에는 부동산 투기의 광풍도 몰아쳤다.◆ '도깨비 방망이'의 비밀 : 사람들의 신뢰그러나... '금 나와라~와라 뚝딱!' 하고 '탁' 치기만 하면 사막 모래가 금(金)모래로 바꾸던 두바이의 '도깨비 방망이'는 세상 사람들이 믿어줄 때만 작동하는 물건이라는 천기가 조금씩 누설된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바이의 이 은밀한 비밀은 만천하에 알려졌다.이를 두고 지난 4일 AP통신은 국제관계 전문가를 인용해 "셰이크 모하메드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거짓말을 해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사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자 두바이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국영 개발업체를 보호하는데 급급했다. 분개한 투자자들은 투자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로펌과 법원 주변을 서성대야 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두바이를 믿지 않게 됐으며, 결국 두바이는 '신뢰의 상실'로 빚어진 모라토리움의 휴유증을 앞으로 상당기간 겪게 됐다.두바이의 위기가 미리부터 예상됐던 것도 바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며, 지금 두바이가 이 위기를 극복해 내는 유일한 방법도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되찾는 것 이외에는 없어 보인다.◆ 양치기 소년 두바이, 훌륭한 청년 될 수 있나?어린 나이에 신뢰를 상실했던 동화 속의 '양치기 소년'은 과연 어떻게 성장했을까? 어린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동화였지만, 동화는 이 소년이 나중에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아마도 소년이 '신뢰'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다시 착한 소년으로 거듭났다면, 아마도 그는 누구나 만나고 싶어 하는 훌륭한 청년이 됐을 것이다 . 두바이도 동화 속의 양치기 소년처럼 지금은 비록 신뢰를 잃었지만, 스스로 '약속이 지켜지는 땅'으로 거듭난다면, 두바이는 다시 한번 사람과 돈이 흘러드는 '저수지'로 옛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두바이에게 문제는 다시 '신뢰'다.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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