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도약,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상생에 달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맹섭 전문위원 기고

현 정부의 과학기술사업 핵심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문제 등 정치 이슈에 발이 묶여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실행하기 위한 학계의 노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계속되고 있고, 특히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대덕연구단지에서는 '기초과학연구원의 건물 개념과 운영 방안'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의 하드웨어격인 건물은 완공과 동시에 좋고 나쁨이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소프트웨어인 연구원 운영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그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때문에 국가과학의 백년을 책임질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방안은 여러 변수를 꼼꼼하게 고려해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상호 연결고리를 갖고 순환관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새로 설립될 기초과학연구원은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기존 출연연은 응용연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간 관계다.현대 과학에 있어 특히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구는 그 자체 연구결과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응용연구를 통해 구체화돼 사회에 이로운 기술이 됐을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연구 결과가 기초연구를 통해 창출됐다 해도 상품화하지 못하면 그저 '돈 먹는 하마'라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 때문에 기초과학연구원의 성공 여부는 기존 출연연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그 다음 고려해야 할 점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예산 확보 방식이다. 기존 출연연들이 고통 받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연구예산의 확보이기 때문이다. 연구과제중심제(Project-Based System) 때문에 많은 출연연의 연구원들이 본연의 연구보다 과제 수주, 행정업무 등 연구 외적인 업무에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작 연구개발에는 19.8%의 시간만을 쏟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는 연구결과의 질적 하락, 연구원의 실력 및 사기 저하 등 결과를 가져온다. 기초과학연구원도 연구원들이 과제 수주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처음부터 법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예산을 기존 국가연구개발 예산에서 떼어내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우려된다. 이는 기존 출연연에 돌아가는 예산을 축소시킬 것이며, 결국 불만으로 직결될 것이다. 따라서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예산은 한정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아닌 범국가 차원의 연구기금 마련 등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마지막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의 운영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존 출연연들과의 상생 즉, 시너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존 출연연들이 '서자'나 '콩쥐' 취급을 받거나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방치된다면 대한민국 과학기술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조맹섭 전문위원 choms@etri.re.kr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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