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확진검사 꼭 필요한 사람 어떻게 구분하나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30대 직장인 Y씨는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열도 조금 났다. 신종플루가 걱정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사가 "지병이 있느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다. "간이검사를 받겠느냐"고 해 "그러겠다"고 답했다. 15분 만에 나온 결과는 음성이었다. 의사가 "확진검사를 받고 싶으냐"고 해서 또 "그러겠다"고 했다. 결과는 3일 후 나온다고 했다(결과는 음성). 의사는 "타미플루 처방을 원하느냐"고 했고 Y씨는 "달라"고 했다. 검사비(2만원+8만원), 약값(타미플루 5일치+감기약), 응급실 진료비 등 14만원을 냈다.#주부 C씨는 7살 난 아들이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여 동네 병원을 찾았다. 평소 천식약을 먹던 아이인지라 걱정이 됐다. 의사는 보통 감기 같다며 해열제, 가래약 등만 처방해줬다. 타미플루를 받지 못한 것이 내내 찜찜했다. 동네 주민들은 "어느 병원에 가면 묻지도 않고 타미플루를 준다", "어느 병원은 확진검사를 바로 해 준다"는 식의 조언을 해줬다. 타미플루를 받기 위해 병원 쇼핑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B>◆타미플루 집착증…"내성, 부작용 등 우려"</B>현재 시점에서 신종플루를 둘러싼 가장 큰 혼돈은 타미플루를 꼭 먹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보인다. 정부는 '의심증상'만 있어도 적극 투여하라고 권장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선 '며칠 지나면 나을텐데 독성 강한 약을 굳이 쓸 필요가 있느냐'는 차원에서 처방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혼선이 발생한 건 타미플루에 관한 정부 지침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의심증세가 있으면 의사의 판단 하에 적극 투여하시오"란 건데 사실 "의사가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신종'인 이 병을 동네 병원 의사들이 무슨 근거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정부는 할 말이 없다.여의도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전문의는 "문진으로 신종플루를 알아낸다면 시대의 '명의'일 것"이라며 "결국 의사 개인의 경험과 느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병원 한 의사도 "오전엔 기운차게 '안되요'라고 하다, 오후 들어선 환자 요구에 지쳐 그냥 처방해준다"며 무원칙 처방을 인정하기도 했다.
일단 정부가 말하는 '적극 투여'의 의미를 알아보자. 이는 "타미플루를 먹어야만 낫습니다"란 의미보다는 "타미플루를 이용해 질병 확산을 막자"는 의도가 강하다. 정부 입장에선 다소 '무차별적'이기까지 한 타미플루 살포로 바이러스가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반면 개인에겐 타미플루의 이점과 부작용 수위를 '비교해 선택하는' 기회가 박탈되는 측면도 있다. 김우주 고려의대 교수는 "타미플루는 내성 발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투약지침을 가진 약이었다"며 "정부의 지침 변화 후 하루 12만 명분이 처방되고 있는데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타미플루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의 예를 들며(표 참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의사가 타미플루 처방을 주저하면 병원을 옮겨서라도 약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일단 먹기 시작하면 정해진 5일치를 꼭 다 먹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증상이 사라져도 바이러스는 완전 소멸된 게 아니며 여전히 전염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내성 문제, 약물 부작용 등을 고려해 투약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미플루 없이도 병이 잘 낫기 때문이다. 또 2∼3일 고열이 나고 4일째 좋아지는 경우가 흔한데 이때도 타미플루 처방이 무의미하다. 타미플루의 대표적 부작용은 구토, 어지러움 등이다. <B>◆확진검사 "꼭 필요한 사람 위해 양보"</B>"내가 신종플루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집착도 타미플루 열풍 못지않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여기에 대해선 정부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한다. 그럼에도 실제 의료현장에서 검사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것은 원하는 환자가 많은데다, 환자를 굳이 설득할 '의지'가 없는 병원의 자세 때문이다. 앞에 예를 든 직장인 Y씨는 "내가 신종플루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직장을 쉬든지 사람을 안 만나든지 결정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요새 감기질환의 상당수는 신종플루이기 때문에 그냥 '신종플루려니' 생각하고 대처하면 된다. 전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끼거나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등은 사실 어떤 종류의 '플루'든 워낙에 취했어야 할 행동이다. 물론 최근의 신종플루는 계절독감, 감기에 비해 전염성이 강하므로 예전보다는 개인위생, 기침예절 등에 더 철저할 필요가 있음을 주지하자. 반면 확진검사가 필요한 사람들은 역시 '고위험군'이다. 이들에게 검사가 필요한 것은, 차후 폐렴 등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고려해서 그에 맞는 의료적 대처를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보다 빨리 검사를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검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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