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사장, 통신시장 정체 역발상으로 돌파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SK텔레콤이 국내 통신시장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생존 카드로 'IPE(산업 생산성 증대)'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기에는 통신시장의 외연을 타산업으로까지 넓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정만원 사장의 야심이 담겨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통신시장에서 '가입자 빼앗기'수준의 제로섬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동차, 금융, 유통 등으로 활동영역을 과감히 넓히는 한편,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냄으로써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이 추구하는 IPE는 금융, 유통 등 새로운 영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문의 선도주자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기술을 지원하는 '윈윈'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정만원 사장은 29일 "ICT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금융, 유통 등 각 부문의 플레이어가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생 전략"이라며 "타 산업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근력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 파트너들의 생산성 증대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정만원 사장은 IPE 전담조직인 '기업사업단'을 지난 6월 신설한데 이어 유통,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 제조(자동차), 주택ㆍ건설, SME(중소기업) 등 8대 핵심 사업 아이템을 선정, 관련 사업모델을 확산시킬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타 산업의 파트너와 '윈윈'SK텔레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IPE는 이기종 플레이어와의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매우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다. 8대 핵심 산업의 하나인 헬스케어 사업을 예로 들면, 의료 기관에 최첨단 ICT를 활용한 '고객중심의 커넥티드 헬스(Personalized Connected Health)'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3차 병원을 포괄하는 차세대 정보화 시스템 구축해 의료기관이 환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U-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SK텔레콤은 또한 차세대 헬스케어 솔루션과 서비스를 활용한 최첨단 의료 서비스를 국내 병원과 공동으로 구축해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도 추진키로 했다. SK텔레콤측은 "의료시장은 고객의 미래건강 예측,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병원간 협진 체제 확대, 수익성 제고를 위한 프로세스 개선 등 4가지 요구가 존재한다"며 "SK텔레콤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첨단ICT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제조(자동차) 부문에서의 IPE로는 르노삼성과의 모바일 텔레매틱스 협력이 대표적 사례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09 상하이 모터쇼'에서 휴대폰으로 엔진,브레이크 등 핵심 구동장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시동까지 걸 수 있는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SK텔레콤은 모바일 텔레매틱스를 연내 상용화해 르노삼성에 우선 공급한 뒤 다른 글로벌 완성차로 판로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연계된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2010년 154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이 텔레매틱스 부문에서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신성장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르노삼성과 합력해 모바일 텔레매틱스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며 "앞으로는 다른 자동차에도 모바일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또한 건설 IPE를 위해 유비쿼터스 시티(u-City)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u-City란 첨단 ICT기술을 활용해 도시 인프라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통합 운영을 가능하도록 해 주민 생활 및 산업 활동 등을 도와주는 환경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 최근 SK텔레콤이 인천 송도와 판교 등에서 u-City 구축 사업을 담당하는 팀의 기능을 확대한 것도 u-City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다. u-City는 특히 통신, 건설, 시스템통합(SI) 등 다양한 산업군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모델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SK건설, SK C&C, SK에너지 등 관계사와 협력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 정만원 사장의 IPE 승부수 정만원 사장은 SK텔레콤의 미래가 걸린 IPE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기술 리더십이 핵심요소라고 판단, 첨단 기술을 가진 국내외 기업과의 연구개발(R&D) 협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SK텔레콤은 르노삼성과의 텔레매틱스, 요르단 와이브로 기술 수출, 원가 50% 이상 절감이 가능한 7mm RFID 칩 개발, 벨 연구소와 차세대 유무선 통신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등 상당한 MOU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같은 협력의 보폭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정 사장은 "SK텔레콤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IPE사업의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며 "하지만 IPE사업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연관산업까지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파이를 넓혀갈 수 있는 획기적 시도여서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 정부 등의 관심과 건전한 경쟁이 전제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IPE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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