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삼성에서 Great 삼성으로 - <2> 이 前회장 공백 우려되는 이유수요사장단협의회 사령탑 역할 한계계열사별 각개약진 자중지란 우려도
삼성은 올들어 사상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경제위기로 미주, 유럽, 일본의 경쟁사들이 생존을 고민하며 구조조정에 골몰하는 사이 TV, LCD, 휴대폰 등 주요 전자기기는 물론 최첨단 선박, 초고층 빌딩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해 발표하는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기준, 올해 4월말 현재 삼성의 계열사 숫자는 63개다. 지난해보다 4개사가 늘었다. 자산총액은 17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을 휩쓴 경제난에도 불구 1년새 30조5000억원이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자산규모 2위 한국전력(117조2000억원)과는 57조7000억원 차이다. 그러나 현대차(87조), SK(85조9000억), LG(68조3000억원)등 민영화된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격차는 확연하다. 현대차, SK와는 2배, LG는 세배 가까운 편차다.특히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7400억원의 영업적자에서 올들어 2분기 2조5000억원의 흑자로 급반전한데 이어 4분기에는 반도체부문 실적 개선까지 뒤따라 흑자 규모가 4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연간 흑자 예상규모는 10조원. 지난해보다 60%나 증가한 수치다.◆사령탑 없는 삼성..계열사별 각개약진=이처럼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는 삼성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자 고민은 '자중지란'이다. 63개나 되는 계열사와 300개가 넘는 해외 현지법인 및 자회사들을 통솔할 '사령탑'은 현재 공석이다. 국내 최대의 기업집단이자 세계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한 기업 삼성. 삼성이 최악의 위기속에서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불황속에도 이를 악물고 밀어붙인 설비투자와 10년, 20년 뒤를 기약하며 장기적 안목아래 추진해온 기술개발 노력 덕분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LED, 디지털이미징 분사 및 LCD 투자확충 등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경영전략은 이건희 회장 재직 시절, 전략기획실이 마련한 플랜이 예정대로 진행된 것일 뿐"이라며 "아직 당시 마련된 전략대로 각 계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언젠간 약발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건희 전 회장 퇴진과 함께 그룹의 전체의 경영전략을 맡아온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이후 그룹 전체의 경영전략을 고민하며 다음 세대가 먹고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각 계열사별로 신사업 진출에 대한 모색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추진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일본의 기업들은 의사결정이 늦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전략적 관점에서의 결단은 오너가 비전과 혜안을 갖고 내려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회장 퇴진후 현재 외형상 삼성은 외형적으로 사장단협의회와 산하 3개 위원회(브랜드관리위원회, 투자조정위원회, 인사위원회)가 그룹의 컨트럴 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 협의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진단, 물산업 미래 등과 같은 거시적인 안목을 키우기 위한 석학들의 강연이 주류를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그룹의 현안을 심도깊게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데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것은 결국 당장 올릴 수 있는 수익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매 분기와 연간 실적으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체제에서는 요구하기 어려운 덕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컨트럴 타워부재에 대한 우려가 경영진내에서 팽배하지만 이를 외부에 얘기하면 이건희 전회장 복귀나 이재용 전무의 경영승계를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오해를 산다"며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삼성이 안고 있는 또다른 고민"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미래사업?..삼성도 모른다=삼성그룹 전체의 투자규모와 주요 투자내역은 삼성도 정확히 모른다. 정부가 연일 투자확대를 재촉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삼성은 열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각 계열사는 물론 삼성전자의 경우 각 사업부문 CEO가 투자규모와 투자시기를 결정해 집행하도록 권한이 분산돼 있다"며 "그룹 전체의 투자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이유"라고 말했다. 이같은 계열사별ㆍ사업부별 각개약진의 문제점은 태양광, 바이오시밀러 등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사업분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에버랜드와 삼성건설이 각각 사업진출을 모색중이다. 삼성전자는 기흥 공장에 30메가와트(㎿)급 태양전지 R&D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라인을 개조해 언제든 태양전지 양산설비를 갖출 수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별도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삼성 SDI는 차세대 태양전지를 각광받는 염료감응형(DSSC) 개발에 나섰다. 염료감응형은 햇빛에 노출되면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를 유리창 등에 발라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또 삼성에버랜드는 경상북도 김천시에 삼성건설과 손잡고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 이미 연간 2만6000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태양전지 기술개발은 삼성SDI가 생산은 삼성전자가 발전시설은 에버랜드와 삼성건설이 맡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경우 최상의 시너지를 낼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술개발과 함께 사업성을 타진하는 차원인데다 계열사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마땅한 통로가 없어 현재까지는 '태양광 사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3사가 각기 다른 길로 진출을 모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가 5000억원을 투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바이오시밀러를 둘러싼 계열사간 유치경쟁 또한 컨트럴 타워 부재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종합기술원과 임상실험을 책임질 삼성의료원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진행중인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본격적인 사업화 작업이 진행될 경우 삼성전자에서 분사가 이뤄지거나 다른 계열사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아직 노골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삼성테크윈과 삼성정밀화학 등 관련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는 계열사외에 삼성토탈 등 신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계열사에서도 사업 이관을 위한 물밑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맡게 될지 다른 계열사로 이관될지 아니면 관련 계열사가 참여해 새로운 회사가 세워질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아직 연구개발 단계이므로 이를 앞서 결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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