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출구전략 한국경제 이중침체에 빠뜨릴 수 있어
금융위기1년 한국경제의 길 7. 전문가 좌담대담 = 조영훈 금융부국장
작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만 1년동안 우리나라는 타 국가에 비해 빠른 경기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출구전략을 본격 논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금융위기 1년을 맞아 본지가 14일 '금융위기 1년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연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난 1년간 우리정부가 빠르고 폭넓은 재정집행, 통화당국의 유동성 투입 및 통화스와프 체결 등 발빠른 대처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고 그 결과 상당부분 호전된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기 극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섣부른 낙관론을 펼치거나,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의 시행을 논하는 것은 겨우 회생단계에 접어든 한국경제를 더블딥(이중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문가 좌담회에는 강병호 한양대학교 교수, 서명석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가 참석했으며 조영훈 본지 금융부 부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편집자주> ▲조영훈 금융부 부국장=금융위기 발생 만 1년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처와 성과를 평가한다면. ▲강병호 한양대 교수=일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가 한국을 부도위기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로 꼽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대처를 잘했다. 우선 재정집행과 한국은행 유동성 투입, 외교를 통한 통화스왑 체결 등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면에서 대처를 잘했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위기대처능력을 키웠고 금융과 기업의 건전성이 크게 강화된 영향도 컸다.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 역시 우리 수출을 뒷받침해주는데 큰 기여를 했다. ▲서명석 동양종합증권 센터장=주식시장에서 이머징 인덱스는 위기 이전 수준으로 상당부분 올라와 있다. 이머징 마켓으로만 보면 증시 수준은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보여진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부동산도 예상외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단, 일부에서는 상승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전체적으로 보면 회복세로 봐야 한다. 최근 회복세에는 지역간, 상품간의 양극화와 차별화를 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재 성격이 강한 강남지역 아파트 경우 오히려 과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조 부국장=최근 일각에서는 이중침체(더블딥ㆍdouble dip)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강 교수=최근 V자형 경기회복을 점치는 시각까지도 나오면서 본격 경기회복전망과 상반된 의견을 내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미국 등 주요선진국의 본격 회복 확신 없이 이를 논하기는 시기적으로 조금 이르다. 차후에 진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서 센터장=위기진원지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 등 아시아지역의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머징 시장쪽 회복속도는 단순회복이 아니라 추세적이다.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대비 100%가 넘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30%, 중국이 20%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쓸 수 있었고 다양한 정책을 동시에 내놓을 수 있었다. 또 금융위기는 세계 4대 증권사가 망한데서 비롯됐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 사이에 신뢰가 떨어졌다는데 기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경우 금융위기로 인한 대손상각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본격 회복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이며 더블딥 우려는 다소 지나치다고 본다. ▲박 대표=경기회복 추세는 맞다. 하지만 그 지속성에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 밖에 없다. 이는 갈수록 높아지는 대외의존성, 전체적으로 짧아지는 경기사이클, IT산업 비중확대 등을 토대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불안요소도 많다. 풍부해진 유동성이 산업으로 유입되지 않고 자산시장으로 대거 쏠린다면 부동산이라든지 주식의 버블문제가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 같다. 당장 내년 상반기 이전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적절한 유동성 관리에 실패하면 사상최대 가계부채는 지난 2003년 카드부채 못지않은 충격을 줄 것이고 더블딥으로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 부국장=상반기 경제성장이 재정효과였다면 이 후에는 이를 민간소비에서 받아줘야 할 시기라고 본다. 민간소비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다고 보나. ▲강 교수= 경제 쏠림현상, 즉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지만 2006년부터 중소기업들의 실적이 상당히 나쁘고 대출 부실률이 올라가고 있다. 가계부채 사상최대 700조원대이고 주택담보대출이 350조원대에 달하는 수준에서 금리의 조그마한 인상에도 가계,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재정지출의 확대 효과가 민간에 전파될 지를 확신하기는 조심스럽다. 민간 실질소득이 늘지 않고 있다. 미래에 대한 안전판이 불안하면 있는 돈도 쓰지 않는다. 소비증대가 이뤄질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현 경제적 현상일 뿐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일 수 있다. ▲서 센터장=현 상황을 보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중국과 또 다른 시장이다. 미국하고 유럽이 비관적이고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한국,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소비라는 것이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영향을 받는데 소비 전망 데이터를 볼 때 소비부진은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다. 월드인덱스 기준으로 저점대비 주가가 60%나 올랐다. 그런 면에서 소비증대 전망은 긍정적이다. ▲조 부국장=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도 어쩌보면 부동산 부문에서의 출구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한 곳은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인데 정작 강남의 규제가 더 확대된 것은 없는데. ▲박 대표=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수도권하고 강북에 대해서 DTI를 확대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회복기조에 있는 상황이고 위기가 여전히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나 그것은 지방과의 평균일 때 이야기다. 또 언제든지 투기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과대 규제를 한다는 것보다는 실물경기 회복과 같이 가기 위한 과속 방지턱을 설치한 것으로 본다. . ▲조 부국장=정부가 주택가격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마지막카드로 금리인상을 추진하려 한다. 금리인상의 적정시점은 언제로 분석하나. ▲강 교수=이미 한국은행은 외화 자금 공급분을 다 걷어 들였다. 출구전략이라 하면 매크로(거시)정책. 금리 타이밍이 중요한데 내수를 살리는 것과 유동성 팽창에 따른 적절한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매크로정책에서 금리카드를 쓰는 것은 조금 빠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서 센터장=미국의 경우 금리인상은 내년 하반기께로 전망된다. 미국 경기침체의 시작과 끝을 공식 선언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 평가를 보면 주간실업청구건수는 경기저점에 4주에서 6주정도 선행한다. 지난 3월 27일 실업수당청구건수가 최고점이었다. 이것을 보면 4,5월을 경기저점 통과시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실업률과의 상관관계를 보면 내년 상반기 초반까지 실업률이 확장될 것이다. 그동안 '일자리 확대없는 경제성장'을 해 온 탓이다. 또 FRB는 금리인상카드를 꺼낼 때 실업률이 고점을 찍은 후 2분기 이후에 금리인상을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신중한 성격의 버냉키는 내년 하반기 정도에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인상카드를 꺼낼 것으로 본다. 한국은 경기회복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2분기 정도 빨리 금리인상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보면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재의 유동성장세를 실적장세로 전환하는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다. ▲박 대표=금리의 인상시기는 점치기 힘들지만 일단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금융시장과 금리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수익률의 하락으로 봐야 한다. 특히 대출이 늘지 않은 강남지역보다 비강남지역의 소득 취약 계층 이자부담이 커지고 이는 은행의 대출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조 부국장=앞으로 한국경제가 외풍에 덜 흔들릴 수 있는 기반을 어떻게 다져나가야 하나. ▲강 교수=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주체들은 성장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기업은 제대로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외환위기때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이를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가 문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인데, 현재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고령화 정책을 통한 고용시장의 안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조그만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금융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은 건전성 강화를 통해 보다 많은 자본확충 및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 금융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한번 망가진 금융시스템은 다시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정리 = 박성호·이광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