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데 정부 정책 어디 갔나

<strong>소비자물가 '2%대' 재진입.. 추석 앞두고 '불안' 고조정부 "안정적 흐름" 전망에도 서민 가계 부담은 가중</strong>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2%대'로 다시 오르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갖가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복안을 내놓지 못해 좌불안석이다. 2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 해 8월에 비해 2.2%나 올라 최근 3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5.9%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6%에서 올 1월 3.7%로 계속 하락하다 2월 4.1%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엔 3월 3.9%, 4월 3.6%, 5월 2.7%, 6월 2.0%, 7월 1.6% 등으로 5개월 내리 둔화세를 보여왔다. 소비자물가 지표가 다시 오름세를 나타낸 데는 무엇보다 전년도 '기저효과'가 사라진 탓이 크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7월 물가가 급등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올 7월의 물가 상승폭이 낮아보였단 얘기다. 그 결과 8월 석유류 가격은 전월비론 2.3% 올랐지만, 전년 동월대비론 13.9%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전년도 기저효과가 컸던 올 7월을 제외하면, 정부 예측대로 5월 이후 4개월째 물가상승률이 '2%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우리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불안할 정도로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지표상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데 있다. 실제로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가지표의 상승세는 8월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은 배추 등 농산물과 축산물을 중심으로 전월에 비해 1.5%,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선 4.9%나 올랐다. 택시료 등의 공공서비스는 전월대비 0.2%, 전년 동월대비 2.4% 각각 상승했고, 개인서비스도 전월대비 0.2%, 전년 동월대비 2.2%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물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특히 지금처럼 임금이나 자산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선 구입 빈도가 높은 생필품 가격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체감물가는 지표물가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2ㆍ4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2인 이상 전국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분기대비로 0.1% 감소하며 3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경기후퇴와 함께 물가 하락세가 동반되는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단 점에서 물가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올 7월 기준으로 미국의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1% 떨어졌고, 일본이 2.2%, 중국이 1.8%, 대만이 2.33%, 싱가포르가 0.5% 각각 하락한 상태다.  이와 관련, 재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생필품 가격의 부당 인상을 막기 위해 일부 가공식품과 소비재 공산품 등 판매가격 정보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구체적인 추진 방식은 물론, 시기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관련 업계 등 이해당사자와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해 11월 설탕값을 일제히 올린 제당업체들이 최근 들어 국제 원당 가격이 올랐단 이유로 다시 인상을 계획하고 있으나, 정부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어 '인상 자제'만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부 성수품의 수급 불안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가격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물가안정에 대한 서민들의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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