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라"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 홀딩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지난해 가을 금융 위기의 진원인 리먼 브러더스의 유럽·중동·아시아 부문을 인수한 후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몸살을 앓아온 노무라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라이벌들이 초토화된 지금을 최적의 기회로 보고 월스트리트에서의 입지 다지기에 들어간 것.노무라는 이달 초 미국사업 강화를 위해 현지 인력을 현재 850명에서 1200명으로 40% 늘리기로 하는 한편 미국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출신 증권전문가 시아란 오켈리를 영입했다. 일본 최대 증권사로서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1980년대부터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쏟아 부었음에도 월스트리트의 메이저 반열에 끼지 못한 한을 이제서야 풀어보겠다는 것이다.특히 노무라의 최대 반전은 올 1분기(4~6월) 6개 분기 만에 적자 신세를 면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프라이머리 딜러(뉴욕 연방은행이 공인한 정부증권딜러)로 지명됐다는 점이다.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FRB는 노무라증권의 미국 법인 '노무라증권 인터내셔널'을 프라이머리 딜러로 지명했다. FRB의 프라이머리 딜러 지명은 올 들어 세 번째로 노무라까지 포함하면 총 18개사가 됐다. 노무라는 지난 1986년부터 2007년 11월까지 11년간 프라이머리 딜러로 일한 바 있다. 프라이머리 딜러에서 배제된 직후인 2007년 4분기 노무라는 6억5600만달러의 4년래 첫 분기 손실을 기록, 미국 내 직원 400명을 감원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번에 다시 프라이머리 딜러에 지명됨으로써 과거의 고배를 만회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노무라의 미주지역 최고경영책임자(CEO)인 가시와기 시게스케(柏木茂介)는 이번 지명에 대해 "채권부문 강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고객에 대한 글로벌 서비스 향상을 위해 전문가 채용을 계속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노무라가 1분기에 15억엔의 순익을 기록, 6분기 만에 처음 적자 신세를 면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써 파산한 리먼 부스러기를 인수하면서 위기를 자처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와타나베 겐이치 CEO의 부담도 한층 가벼워지게 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만큼 과제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이 미국 주식자본시장의 주간사 순위를 집계한 결과, 노무라는 31위에 그쳤다. 1위 JP모건의 연간 거래 규모는 278억 달러인데 비해 노무라의 거래 규모는 1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던 것. 또한 미국과 유럽의 대형 증권사들에 맞서기 위해선 현지 인력이 적어도 5000명은 돼야 하지만 증원하더라도 노무라의 미국 사업부문 인력은 1200명에 그치고 있다. 노무라의 글로벌 증권 책임자인 마쓰바 나오키는 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쉽지 않은 시장"이라면서도 "리먼 인수로 규모도 커지고 운용능력도 향상된 만큼 세계적 수준의 증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라는 중국과 인도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노무라는 향후 2년간 일본 외 지역에서 50%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 하에 중국에서 현지기업의 신주발행 주관사로 참여하기 위해 협력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도에서는 현지 최대 생명보험사인 LIC(Life Insurance Corp.)의 자산운용 부문 지분 35%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신흥시장 확대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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