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인수, 노무라에 毒보다 藥-BW

리먼브라더스(리먼)의 파산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속으로 곪아들어가고 있던 미국 금융권 부실이 리먼 파산을 계기로 만천하에 드러난 것.상징격인 리먼을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 홀딩스가 인수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리먼의 유럽·중동·아시아 지역 사업 인수에 나선 노무라를 향해 기대어린 시선과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이 교차했던 것.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는 24일(현지시간) 우려와 달리 노무라의 리먼 인수가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노무라가 골드만삭스나 UBS에 버금가는 글로벌 투자은행(IB)로 성장하는 데 리먼이 양질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쏟아지는 혹평 = 인수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경쟁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는 상황에 8000명의 인원을 유지하며 리먼의 해외 사업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위기의 원흉이 IB 사업이었기 때문에 평가가 더 부정적이었다. IB의 대표격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상업은행에 인수될 정도로 IB 사업의 앞날이 불투명했던 것.이 가운데 IB의 길을 택한 노무라는 업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혹독한 비판을 견뎌야 했다. 노무라가 리먼을 인수하고 지난 3월초 주가는 70% 폭락해 4.4달러수준이었다. 1~3월 실적발표도 부정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올 3월 회계연도가 끝난후 노무라는 모두 7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와타나베 켄이치 노무라 CEO는 “부끄러운 결과"라며 “주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며 주주총회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희망은 있다 = 비관적 전망 속에서도 노무라는 인수에 따른 적자를 털어내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2분기(4~6월) 실적이 흑자로 돌아선 것.JP모건의 애널리스트 츠우지노 나츠스무(Natsumu Tsujino)는 노무라가 8500만달러의 세전이익을 얻은 것으로 평가했다. 노무라 최고운영책임자(COO) 시바타 타쿠미는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얻는 과정에 있어 기쁘다”고 이달초 주주총회에서 밝혔다. 그는 “지난해 얻은 적자를 최대한 빨리 정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은 시작됐다 = 고무적인 평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무라는 어려운 경제 환경속에서도 리먼의 글로벌 투자사업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 고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M&A 자문사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광산회사 앵글로 아메리칸이 골드만삭스 UBS와 더불어 노무라를 M&A자문사로 앉힌 것만 봐도 노무라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유럽지역에서 M&A자문 실적이 51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노무라는 3월이후 주가도 급등하며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3월이후 주가는 94% 상승했다. 골드만 삭스의 야마나카 다케히토는 “반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초 투자의견을 ‘중립’수준으로 유지했다. 일본의 업계 관계자들은 “노무라가 앞으로도 더 잘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고용을 유지하면서 고급인력을 보유하는 것도 노무라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글로벌 얼라이언스 창립자 CJ윌슨은 “유능한 인재들을 고용해서 실적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이고 기회도 계속 얻을 것”이라며 “노무라에게는 황금같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IB로 '비상' = 노무라는 이제 골드만 삭스와 UBS, 모건스탠리에게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업계 전문가는 평가했다. 네일 카트코프 셀렌트의 아시아 연구소 대표는 “노무라가 세계적으로 공격경영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들이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금융 제도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고용이 가장 중요한 성공전략”이라고 분석했다.리먼직원과 노무라 직원들 사이에 조금의 마찰은 있었지만 비교적 부드럽게 화합이 이루어졌다. 올초 노무라의 베테랑들이 인수한 리먼 인력의 월급을 주기위해 보너스를 거절하기도 했다. 그를 통해 노무라는 10%의 예산절감을 얻을 수 있었다. 노무라는 앞으로도 수천 명의 전 리먼 직원들을 고용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노무라는 임금을 통해 전문인력들을 독려하고 있다 올초 노무라 사측은 일본 인력에게 실적을 많이 얻지 못하면 인력감축을 쉽게 하는 조건으로 더 높은 임금을 제시했다. 1650명의 노무라 인력은 사측을 제안을 받아 들여 새로운 임금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다.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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