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노숙자에게 철학을 논하는 까닭은?

"어린 시절 저는 삼양동 달동네 판자촌에 살았는데, 집안에 화장실은커녕 수도도 없었죠...사춘기의 열패감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꾸준한 책 읽기였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이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자신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삶의 철학을 강의한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4시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의 강사로 참석하는 것. 이 강의 수강생들은 노숙자 등 소외계층 시민들이다.이곳에서 그는 힘들었던 자신의 어렸을 적 경험담을 들려주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르게 살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인문학의 힘이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오 시장이 직접 내놓은 아이디어다.그는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직후, 용답동에서 노숙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무기력한 눈빛으로 "스스로를 이길 수 없을 때 가장 힘들다"는 말을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서울시, 희망의 인문학 과정' 입학식에서 저소득층 수강생들에게 "인문학이 가난을 끊는 희망이다"는 내용의 특강을 하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포자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생계를 보조해주는 방식만으로 그들의 자립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이유를 알려줘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오 시장은 곧바로 미국 문필가 얼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본딴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만들었다. 철학, 문학, 역사, 예술 등과 함께 문화공연 관람, 유적지 탐방 등 체험학습도 갖는다. 올해는 서울시립대를 비롯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등 4개 대학에서 지난 3월부터 6개월 과정으로 47개 학습반 1300여명의 수강생이 이 과정을 듣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 끝난 과정에서는 입학생의 67%인 209명이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인문학이 가난을 끊는 힘'이라는 오 시장의 신념은 굳건한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은 저희 남매가 인문학적인 교양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집안 분위기를 이끌어주셨다. 자녀 세대에서라도 가난을 끊게 하려면 인문학을 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어 "문화는 배부른 자의 유희가 아니라, 절대로 가난한 자의 것"이라며 "문화로부터 교양이 나오고 그 교양만이 그들을 가난의 대물림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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