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사실상 실력적으로 지배했다면 약취(略取)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영리약취 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5)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2008년 12월20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일감이 없어 평소 알고 지내던 인부들과 술을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함께 등교할 친구를 기다리던 B양(당시 11살)에게 다가가 '학교가기 싫으냐. 집에 가기 싫으냐. 우리 집에 같이 자러가자'고 말하며 옷소매를 끌어당겨 약취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항소심은 "A씨가 피해자의 잠바 소매를 잡은 경위와 과정, 당시 주변상황 등을 종합하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A씨가 단순히 '가자'고 말하며 피해자의 잠바 소매를 잡았다고 해서 '상대방을 실력적 지배하에 둘 수 있는 있는 정도의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대법원은 판결문에서 "A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자신의 사실상 지배 하에 옮기기 위한 약취행위의 수단으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약취의 의사도 인정된다"며 "A씨에게 약취행위에 해당하는 실행행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대법원은 이어 "당시 A씨가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더라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는 점 등 사정에 비춰보면 심신상실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려운 이상 이를 이유로 약취행위의 실행행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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