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자는 같은 항공기에 함께 타지 않는다

만일의 사태 대비해 다른 비행기에 탑승 항공기 기장·부조종사 식사도 달라
지난달 7일 정몽구 ·그룹 회장이 밴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미국 출장을 떠날 때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함께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이전에도 정 회장과 정 사장이 같은 항공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며, 정회장이 출발할 때 이현순 부회장이나 정석수 모비스 사장이 동행하고 정 사장은 다음날 즈음 따로 출국한 후 귀국 일정도 다르다. 항공기 사고율이 자동차보다 낮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있을 만일의 사고로 인해 경영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한 조치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같이 항공업계에는 ‘1인자, 2인자는 한 비행기에 함께 탑승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삼성그룹도 이건희 전 회장과 장남인 이재용 전무가 전용기를 함께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기술 습득을 위해 주요 임원들이 해외출장을 자주 떠날 때 한꺼번에 같은 항공기를 이용하지 말라고 언급한 이후 이 같은 관행이 시작됐다는 것.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항공기 동승이 절대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해외 순방시 국무총리는 한국에 남아 대통령의 일정을 대리로 수행하는 식으로 국정 업무 공백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한다. 한편 항공기 운항 및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도 1인자인 기장, 2인자인 부조종사간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비행 규칙을 세워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다. 같은 항공기에 탑승하는 기장과 부조종사는 ‘다른 시간대’에 ‘다른 음식점’에서 ‘다른 음식’을 먹도록 규칙을 세워뒀다. 비행 12시간 전부터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두 사람이 비행 전 같은 식당을 이용해서도 안된다. 특히 비행 근무 6시간 전에는 이러한 규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 같은 음식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도 절대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한다. 비행중에도 기장과 부조종사는 기내식으로 정해진 메뉴 이외에는 어떤 음식물도 섭취해서는 안된다. 기장용 부조종사용 기내식은 식사 식재는 물론 소스까지 다른 것을 사용하며 식사도 교대로 먹어야 한다. 항공업체 관계자는 “조종사는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인물이기 때문에 두명이 모두 동일한 신체적 변화가 발생해 조종 불능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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