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청와대 간담회서 펀드 조성 요청...방통위 '투자 이행 꼼꼼히 따지겠다'
KT가 와이브로와 IPTV(인터넷TV)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공동 기금 마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와 주무부처, 부처와 부처간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등 총체적 난맥상이 표출됐다. 아마추어식 정책 운영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석채 KT 회장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 간담회에서 "IPTV나 와이브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 곤란하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동석한 최문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도 "와이브로의 개발도상국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민관공동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펀드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등이 1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SPC를 통해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고 관련 사업 진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석채 회장이 요구한 통신 인프라 구축 펀드 조성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들이 IPTV와 와이브로 등 인프라 구축에 2조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돼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통신망 확충에 필요한 자금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거나 설비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통신사업자들도 일부 부담하는 방식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예컨대 2조원의 비용이 투입된다면 1조원은 정부가 지원하고 1조원은 사업자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서병조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사업자들의 부담이 줄어 와이브로나 IPTV 커버리지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공동 투자해 통신 망을 확보한 뒤 이를 사업자에게 대여하는 정부 안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SPC가 망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정부 계획이 실현 불가능한 사업 모델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IT 산업 이해도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방통위간 소통 부재도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방통위는 또한 이날 간담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KT와 정부간 공동기금 마련과 SPC 운영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부랴부랴 상황을 파악하는 등 주무부처로서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방통위와 KT간 엇박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방통위가 통신 사업자들의 투자 이행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KT가 정부에 SOS를 친 것은 주무부처에 대한 일종의 '항명'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모든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투자 이행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며 방통위와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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