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접하는 만두(饅頭)라는 말은 '오랑캐의 머리'라는 뜻인 蠻頭(만두)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러 갔을 때 노수라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풍랑으로 발이 묶이게 됐다. 이에 신하들은 풍랑을 가라앉히기 위해 49개의 사람 머리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말했고 제갈량은 꾀를 내 사람 머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제물로 바치고 무사히 노수를 건넜다 한다. 이때의 蠻頭가 먹는 음식이 되면서 이름도 饅頭도 바뀌었다.
종로구 부암동 자하 손만두의 편수
그 이름의 유래는 좀 끔찍하긴 하지만 만두는 우리에게 매우 정겨운 음식이다. 우리나라에 만두가 전해진 것은 고려시대 쯤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영화 '쌍화점'의 모티브가 된 고려가요 쌍화점은 바로 만두가게를 의미하며 쌍화는 만두의 일종인 상화(霜花)를 지칭하는 말이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밀가루가 귀해 진가루라 불렸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메밀가루를 이용해 만들어 먹었다. 이는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볼 수 있는 대목. 장금이가 어선경연대회의 재료로 받은 귀한 진가루를 잃어버려 다시 구할 방도가 없자 배추로 이를 대신해 숭채만두를 만든다. 만두는 조리 방법에 따라서는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 만두국 등으로 나뉘며 모양에 따라서는 귀만두, 둥근만두, 미만두, 병시, 석류탕 등으로 나뉜다. 그리고 요즘에는 안에 들어가는 속재료에 따라 김치만두, 고기만두 등으로도 나눌 수 있다. 만두는 우리나라에서도 각양각색으로 발전하면서 만두가 전해진 중국과는 다른 만두문화가 형성됐지만 역시 만두의 본고장은 중국. 사실 중국에서 만두인 '만터우'는 안에 소가 들어있지 않은 그냥 찐빵을 지칭한다. 우리의 만두와 비슷한 것은 자오쯔(餃子)와 바오쯔(包子)다. 안에 소가 든 만두는 대부분 자오쯔라 하고 우리의 왕만두 같은 모양의 것을 바오쯔라 한다.
샤오롱바오로 유명한 상하이의 난샹. 워낙 사람이 많아 이곳에선 자리를 맡기 위해 사람들이 테이블 옆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만두가 다양하게 발전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만두를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샤오룽바오(小籠包)다. 상하이(南翔)에 있는 100여년 전통을 가진 난샹(南翔)의 샤오룽바오가 유명하며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꼽힌 대만 딘타이펑(鼎泰豊) 역시 샤오룽바오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샤오룽바오는 얇게 민 피에 게살 등의 소를 넣고 만든 것으로 가장 큰 특징은 만두를 베어 문 순간 흘러나오는 육즙이다. 뜨거운 육즙으로 인해 샤오롱바오는 먹는 방법도 일반 만두와는 좀 다르다. 먼저 만두를 수저 위에 올려 피를 살짝 찢은 후 수저 가득 흘러나온 육즙을 먼저 맛본 후 만두를 먹는 것이다. 샤오룽바오에는 중국사람들이 자오쯔를 찍어먹는 식초인 자오쯔추(餃子醋)와 얇게 채썬 생강을 곁들여 먹는다. 만두에 육즙을 가득 넣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젤라틴이다. 육즙을 젤라틴으로 굳힌 후 만두를 빚을 때 이를 넣고 쪄내는 동안 젤라틴이 녹으며 육즙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자오쯔연회에서는 각종 공예품과 같은 만두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국 만두의 또 다른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오쯔연회. 중국 시안(西安)의 자오쯔연회는 각종 자오쯔를 코스로 엮은 것인데 자오쯔의 다양함에 입이 딱 벌어진다. 시안 교자연회는 시안시 지에팡루(解放路)에 위치한 자오쯔가게가 처음으로 1984년에 선을 보였다. 현재 수 백 여종에 이르는 꽃처럼 다양한 자오쯔들이 있으며 각각 백화(百花)연, 모란(牧丹)연, 용봉(龍鳳)연, 궁정(宮廷)연, 팔진(八珍)연 등 몇 가지 큰 종류로 구분된다. 이곳엔 자오쯔연회의 명성을 듣고 하루 평균 4~5000명의 국내외 고객이 이 가게를 찾는다. 이들 자오쯔연회의 자오쯔들은 하나하나가 공예품 같다. 어떤 것은 나비와 같고 또 어떤 것은 새우와 아주 흡사해 그 수염 하나하나까지도 똑같다. 그 외에도 금붕어, 피어오르는 구름, 진주 등 각양각색의 자오쯔들이 있다. 이들 자오쯔들은 모양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이름도 마치 한 수의 시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出水蓮花(수면 위로 떠오른 연꽃), 魚跳龍門(과거 시험에 합격하다, 성공 출세를 의미), 烏龍臥雪(설원에 누워있는 검은 용), 雪中送炭(눈 속에 탄을 보내다: 다른 사람이 급할 때 도움을 준다는 뜻), 一路順風(가는 길이 순탄하고 잘 풀리다) 등이다. 또 중국 만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홍콩의 딤섬. 홍콩의 딤섬 역시 자오쯔연회처럼 다양한 만두를 맛볼 수 있다. 찐빵과 같은 피에 중국식 바베큐 소스로 구워낸 돼지고기 소를 넣은 차샤오바오,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피에 새우를 통째로 넣은 하가우, 안에 돼지고기나 새우의 소를 넣고 꽃모양으로 빚은 쇼마이까지 중국 본토와는 또 다른 각종 만두들을 만날 수 있다.
홍콩의 딤섬 쇼마이
송화정 기자 yeekin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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