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차원의 신종플루 백신생산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으나, 정작 백신을 확보해야 할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예측과는 달리 정부는 "제약사에 생산을 종용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특정회사()의 백신을 구매할 것인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12일 녹십자에 따르면 회사측은 늦어도 6월 29일까지 제조용 바이러스(working virus) 개발을 끝마칠 계획이다. 대량 생산 준비를 완료한다는 의미다.
녹십자 관계자는 "유정란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1개월에 1000만 도즈(500만 명 분)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며 "정부가 확보하겠다는 230만명 분 정도는 즉각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남아 국가들이 녹십자에 백신 공급 가능여부를 문의해오고 있으나, 한국정부에 우선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 아래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백신 정책을 관장하는 질병관리본부측은 한 발 빼는 분위기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 대응센터장은 12일 "녹십자에게 계절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신종플루 백신을 만들라고 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는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제약사에 생산을 종용하기 위해선 구매확인이 연결돼야 하는데, 현재 시점에선 그럴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어디까지가 정부의 역할인지,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세계보건기구가 전염병 경보수준을 최고단계인 6단계로 격상하면서 '계절독감 생산을 중단하고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하라'고 권고한 부분도 고민거리다.
전 센터장은 "권고내용이 '계절독감 백신생산을 즉각 중단하라'는 것인지 '생산을 완료하고 신종플루를 만들라'는 것인지 해석이 애매하다"며 "WHO에 더 문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주요 선진국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영국 정부는 전국민 접종을 목표로 제약회사들에 이미 신종플루 백신을 주문한 상태다. 미국 정부 역시 지난달 백신원료를 주문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연내 2500만명분의 백신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로 인해 다소 감소하게 될 계절독감 생산 문제에도 구체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기벤처팀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