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국내 은행주 문제점 제기..증권가 '터무니없지만 부담된다'
국내 금융주에 대한 지급능력 우려감이 제기되면서, 가뜩이나 모멘텀 부족한 국내증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렉스칼럼을 통해 한국 은행권의 지급능력 공포(Solvency Fears)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한국 은행권이 지금까지는 금융위기를 예상보다 잘 견뎌냈다고 하면서도, KB금융지주가 지난 주 20억달러(한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고려하고 있음을 밝히며, 지급능력 공포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특히 KB금융지주의 경우 신용카드 포트폴리오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282%에 달하지만, 조선업체와 건설업체가 포함된 기업금융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00%에 머물러 있다는 것.
또 신한지주가 지난 3월 자체적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억달러를 조달한 것처럼 국민은행도 정부 보증의 자본확충기금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터무니 없는 지적이라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외환은행 등 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신한지주 역시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조달한 것이지,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사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KB금융이 증자에 나섰다고 제일 먼저 보도한 것도 FT였다"면서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증자한다고 발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증자를 이유로 지급능력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은행주에 대해서 FT의 지적만큼 공포 수준은 아니지만 마냥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의 주가가 오른 것은 지금까지는 수급 위주였지 실적이 아니었다"며 "은행의 실적이나 재무건전성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전제돼야 하지만, 사실 현재 수준은 기대감만 확산되고 있을 뿐 실질직인 회복 지표가 나오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은행들의 경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자본확충 필요성이 연말까지 계속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는 "하반기에 경기회복 징후가 등장하기 시작한다면 그 때는 실적 만으로도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좋지 않은 뉴스가 들려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우려감을 피력하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가뜩이나 뉴스도 없고, 투자심리도 약한 시장에서 사실이든 아니든 좋지 않은 뉴스가 들려와 걱정된다"며 "좋은 뉴스가 좀 나와도 모자랄 판에 국내주식에 대해 경각시키는 뉴스가 나오니 내심 불안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9일 오후 1시1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아시아 지역의 경기회복 의구심과 국내 금융주에 대한 우려감이 맞물리면서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6.42포인트(-1.18%) 내린 1376.88을 기록중이다.
특히 대표 은행주인 은 전일대비 1050원(-2.62%) 급락한 3만9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신한지주(-0.67%) 역시 약세로 돌아섰다.
대만증시(-2.77%)와 홍콩항셍지수(-1.61%), 항셍H지수(-2.03%) 등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중이다.
대만증시의 경우 중국의 대만증시 직접 투자 허용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한 상승탄력을 보여왔지만, 이것이 지연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경기회복 역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고, 홍콩증시의 경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올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의 마이너스 6.4%에서 마이너스 9.1%로 큰 폭으로 하향조정하자 이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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