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인] 세종문화회관 큐레이터 장환 씨

"세종문화회관 뒷뜰만 와도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는 안목이 생길 겁니다." 세종문화회관 뒷뜰에서 만난 장환(41) 큐레이터는 자신있는 얼굴로 말했다. 장씨는 이 곳 뒷 뜰인 세종예술의 정원에 설치되는 미술품 전시를 기획한다. 예술작품을 이해하는 시민이 많냐는 첫 질문에 장씨는 설치미술품 중 하나의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가리키며 "저기 보세요, 저렇게 사진 찍는 것만 해도 사람들이 미술에 반응을 하는 거에요"라고 답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장씨의 얼굴은 미소를 머금었다. 가끔 난감한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텐리스 인형을 공중에 매단 작품을 향해 "송장을 매달아놨냐"는 시민의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장씨는 "미술작품은 많이 봐야 안목이 생긴다"면서 "조금 어려워도 예술의 평가기준을 심어줄 수 있는 작품을 고른다"고 말했다. 점심 때마다 세종문화회관 뒷뜰을 찾는 직장인, 어린이와 어머니,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심미안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 때문에 올해도 여섯가지 테마를 골라 전시를 기획했다. 이미 ▲다이내믹 ▲미니멀 아트 ▲개념 조각 등을 이미 전시했고 지금은 기존 인식대상을 새롭게 보자는 뜻에서 '리크리에이션'을 전시중이다. 세종문화회관 뒷뜰에는 하마, 따옴표, 자물쇠를 닮은 미술들이 놓여있다. 앞으로 황남진, 한창조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그는 큐레이터를 '지휘자'에 비유했다. 한 번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기획을 하고, 작가를 만나 작업과정을 직접 보고, 설치 장소를 결정해야 한다. 작가들의 작품 발표 지원과 재조명도 그의 손에서 이뤄진다. 세종문화회관 뒷뜰은 그를 위한 연주무대인 셈이다. 장씨는 "시각 예술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각과 음악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다른 두 지각 영역에서 공감각을 일으키는 작품이 좋은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작품배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작품 배치명소는 전시 때마다 달라진다. 장씨는 "이만한 크기의 전시 공간이 있는 곳은 별로 없다"면서 "세종문화회관과 그 거리, 주위 빌딩들 전체가 전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사막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기차에 흰 천을 씌워 대륙을 횡단하는 현대예술의 기이해 보이는 행동들도 이런 공간감각의 확대 때문이라고 그는 부연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을 보자기에 싸버리면 어떨까요?" 장씨가 살짝 드러낸 아이디어가 언제 우리 눈앞에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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