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손' 에너지대책 뜯어보니…

물가안정 최우선 입장 변화…가정·수송용 중심 인상

정부가 '에너지수요관리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그동안 강경입장을 고수했던 기획재정부마저 요금인상 불가피론을 공론화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4일 한 라디오에 출연 "지금처럼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을 유지한다면 결국 국민세금으로 (적자 부분을) 충당하거나 아니면 공사의 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요금을 어느 정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물가 관리를 위해 꽁꽁 묶어뒀던 전기, 가스요금에 대한 정부입장이 공식 변화한 것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7%로 20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ㆍ가스요금 얼마나 오르나 지난해 11월 전기요금은 평균 4.5%, 가스요금은 7.3% 인상된 이후 7개월째 동결된 상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부의 '중장기적 에너지 대책'에 맞춰 보다 공격적인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재정부가 인상에 대해 공감했던 가스요금이 먼저 이달중에 오를 확률이 높다. 지경부 관계자는 "오늘 재정부측과 만나 가스요금 인상과 원가연동제 복귀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아직 인상 시기, 인상률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한 자릿수대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이후 약 5조원의 미수금이 쌓여있어 원가연동제에 따른 인상을 조기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원가가 하락할 경우에도 이를 연동제에 반영하지 않는 방법으로 쌓인 미수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가스요금이 5%인상되면 가스공사의 미수금 2500억원이 해소된다. 전기요금은 이달중 인상계획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조원 등 총 4조7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김쌍수 사장은 올해 상ㆍ하반기에 걸쳐 4.5%, 9%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가장 먼저 오를 것으로 보이는 심야전력요금이 한국전력의 주장대로 7.5% 인상될 경우 한전의 연간 이익은 582억원 늘어난다. ◆뜯어보니 가정ㆍ수송용 '부담' 지난해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자 허겁지겁 고유가 대책을 마련한 데 비하면 이번 대책은 '선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60달러선에 머물고 있지만 정부는 OPEC의 감산 가능성 등으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는 만큼 체계적인 수급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가정, 수송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대책은 산업부문에 치중했다"며 "산업부문은 구조조정 외에는 단기적으로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이 곤란하다"고 명시하며 가정, 수송용 부문에 부담을 떠안겼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산업용 전력의 판매단가는 현재 ㎾h당 70.8원으로 주택용 114.9원, 상업용 97.8원에 비해 낮다. 1차 오일쇼크기인 1974년부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던 산업용 전력요금 체계가 35년간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산업용보다는 에너지 원가 왜곡이 심각한 심야전력요금을 중심으로 낮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올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말 기준 판매단가대비 원가회수율은 심야전력요금이 62.9%수준이고, 산업용은 85.5%이다. 주택용은 원가의 95.8%로 일반용(100.8%)에 이어 가장 원가회수율이 높다. 이가운데 정부는 현재 6단계로 세분화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전반적인 전력체계 개편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요금 현실화에 따른 일반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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