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미 제너럴모터스(GM)의 운명의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 정부가 부채 절감과 자금조달 계획 등 자구안 마련 시한으로 못박은 6월 1일이 일주일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언론들은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시한이 26일까지여서 채권단과의 채무 조정, 노조와의 협상 등을 끝마칠 시간적 여유가 촉박한 만큼 GM의 파산 여부는 이번 주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쯤 GM을 파산시킨 뒤 약 3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쟁력 있는 회사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의회 전문 방송인 C-SPAN과의 인터뷰에서 "GM과 크라이슬러가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더 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 훌륭한 결정을 한다면 상당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주문했다. 그는 또 GM과 "크라이슬러의 목표는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는 것이어야 하며 이것은 연비 효율이 뛰어난 고성능 자동차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GM이 구조조정 완료를 위해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GM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은 갈수록 확실시되고 있다. GM은 채권단에, GM의 전체 주식 10%를 보유하는 대신 270억 달러의 무담보 채권을 전액 출자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GM이 적어도 채권 전체의 90%를 출자 전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이 지분 교환 비율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협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GM은 채권단과의 채무조정이 26일까지 마쳐지지 않을 경우 협의를 추가로 연장할지, 아니면 그대로 마침표를 찍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미 정부가 신속한 구조조정을 원하는 만큼 채권단과의 협의 연장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채권단과의 합의가 불발되면 GM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길 뿐이다.
GM의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GM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비용절감에 관한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6만명이 넘는 GM 소속 노조원들의 표결을 거쳐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유럽 자회사인 오펠의 매각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오펠에는 베이징자동차를 비롯해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와 이탈리아의 피아트, 미국 사모펀드인 리플우드의 자회사 RHJ인터내셔널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편 자구한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GM의 자금사정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미 정부는 22일 GM에 4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 기존의 구제금융 154억 달러에 추가로 지원한 것이다. GM은 다음 달 1일까지 26억 달러, 그 이후에는 9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었으나 협력업체와 딜러에 6월 1일 이전에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빨리 14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워치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GM의 현금 소진이 한 달에 20억 달러에 달하는 위험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GM의 파산보호 신청이 현실화하면서 벌써부터 우려가 구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딜러망 폐쇄와 함께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져 대량 실업은 물론 투자심리를 얼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해 미 경제에 큰 고통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 자동차연구센터의 데이비드 콜 회장은 "파산보호 과정이 소송 등으로 인해 정부가 계획하는 절차보다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계획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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