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당신의 '사춘기'는 어땠나요?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부모의 기대와 대학 진학에 따른 부담감으로 괴로워하는 청소년들, 인터넷 세상 속에서 살며 그 안에서 탈출구를 찾는 아이들. 지나버린 사춘기에 대한 그리움 혹은 치열하게 흔들리고 있는 시간의 날카로움이 뮤지컬 '사춘기'를 통해 전해온다. 21일 서울 중구 명동 해치홀에서 뮤지컬 '사춘기'의 프레스리허설이 열렸다. 어수선한 고등학교 교실에 반항적인 눈빛의 영민이 전학을 온다. 반장을 비롯한 패거리는 건방진 영민의 기를 꺾으려 들지만 그는 오자마자 전체 수석을 차지하며 아이들을 놀라게 한다. 쇼펜하우어를 인용하고 '파우스트'를 늘 항상 보물처럼 지니고 다니는 영민은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선규에게 커닝을 권유하고, 성경밖에 읽지 않는 모범생 수희에게 세상은 온통 섹스로 가득차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민은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난 아들로 스탠드바에서 일하는 친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 그리움을 지니고 살아가는 소년이다. 세상을 삐뚫게만 바라보는 영민에게 착하기만 한 수희는 상처주고 싶은 대상이자, 사랑하고 싶은 대상이다. '사춘기'는 독일 극작가 베데킨트의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원작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창작뮤지컬이다. 독일 희곡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이야기로 완전분해, 재창작됐다. 몽환적 환상을 넘나드는 음악과 춤이 보는 이를 숨죽이게 만든다. 특히 극의 클라이막스는 영민의 죄책감이 환청으로 나타나는 부분. 커닝사실이 알려져 괴로워하는 선규의 목소리에 영민의 친엄마의 목소리가 덧입혀지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전율한다. 아카펠라와 힙합적 요소가 가미된 음악은 단순한 듯 힘차고, 가사의 힘을 빌어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바닥과 벽면까지 모든 부분이 무대로 이용되고 무대를 둘러싼 삼면은 모두 객석이 된다. 삼면의 관객들은 눈 앞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가까이 마주한다. 무대와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검은 벽에 빛을 쏘아 달을 그리고 창을 그리며 바닥에서 올라오는 빛을 통해 삶과 죽음을 그려낸다. 무대전체가 홈페이지가 되기도 하고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길이 되기도 한다. 영민역의 오승준을 제외한 9명의 배우들이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엄청난 양의 땀을 쏟아내며 꽉찬 무대를 만들어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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