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저도 이제 변하고 싶어요.”
영화 ‘잘 알지도 못 하면서’에서 주인공 구경남 역을 맡은 배우 김태우가 데뷔 14년차를 맞아 변신을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태우를 두고 사람들은 먼저 홍상수 감독과 함께 작업을 많이 한 배우, 흥행성보다 작품성을 따지는 배우, 자기중심적인 연기관을 가진 배우를 떠올린다. 14년 동안 배우로서의 행보가 그의 이미지를 이렇게 굳힌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니기도 하다. 대중의 선입견이란 게 100% 정확하지 않은 것처럼 김태우는 또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사생활을 이야기하기는 싫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고, 실제로는 무척 유쾌한 편이며, 작품과 배우의 연기를 바라보는 눈이 좀 특별하다.
“송강호 선배가 ‘밀양’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며 말마저 잇지 못하는 김태우는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추구한다. 아직 그 경지까지 오르지 못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홍 감독과 함께 했던 작품을 보면 공감할 수 있다. 가급적 인간 일상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그의 연기관이다.
이렇다 보니 작품 속에도 김태우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 속 인물이 그를 통해 나왔기 때문이겠지만 캐릭터의 넘나듦이 관객으로부터 인지되지 않는 점이 장점이자 약점. 홍상수 감독 작품을 세 편이나 했지만 그때마다 같은 인물이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다.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구경남도 ‘극장전’에서 넘어온 것처럼 김태우의 또 다른 모습 정도로 보인다.
“한계라면 한계죠. 14년 동안 연기하면서 사실 그런 고민은 안 해봤어요. 주어진 역할로 작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치중했죠. 언제나 작품 위주로 생각했고, 밸런스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저를 드러내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런 그가 요즘 들어 변신에 대해 고민 중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까지 연기를 하는 장르라면 폭넓게 꾸준히 해온 그지만 작품 속 인물의 미묘한 차이 외에 굵직한 변신을 추구한 적이 없기 때문. 수많은 작품 중 그의 색다른 모습은 1998년 표민수 PD와 노희경 작가 콤비가 만든 드라마 ‘거짓말’에서 보여준 바보 캐릭터 정도다.
“연기 변신에 대한 바람이 없는 배우는 없겠죠. 저도 항상 고민하는데 이제야 좀 더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마침 얼마 전 전주영화제 사회를 보러 갔다가 돌아올 때 모 감독님과 함께 차 안에서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배우로서 나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죠.”
그는 자신의 습관까지 하나씩 바꿔나갈 계획이다. 제한된 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훈련에 매진하는 것. “내가 오른손잡이니까 오른 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왼손을 사용하는 훈련을 통해 양손잡이가 돼야 한다는 거죠. 이제 작품 외에도 캐릭터에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언젠가 내게 주어질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미리 준비해 둬야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작품이나 캐릭터 선정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게 지금 그의 각오다.
한편 김태우를 비롯해 엄지원, 공형진, 고현정, 유준상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오는 14일 국내 개봉하며, 칸국제영화제에서는 17일 세계 영화 팬들에게 공개된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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