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며칠 전에 절친한 후배에게서 휴대폰 문자가 왔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연봉이 20%나 삭감됐다는 내용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거리의 풍경을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거리의 택시는 여전히 줄지어 서있고, 폭탄세일 현수막이 몇 개는 더 늘어난 것 같다.
체감으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겨울이다. 그러나 재테크 시장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1년 여만에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던 아파트에 대한 문의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코스피(KOSPI)는 벌써 1350포인트를 넘어섰다. 어떤 경기가 진짜일까?
우리는 여기서 실물경기와 재테크 관점에서의 느껴지는 경기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투자관점에서는 경기의 수준이 아니라 방향성이 중요하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도, 재테크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세가 줄어들기만 해도 향후 경기회복을 예상하고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다. 반면 우리가 체감하는 경기는 방향 보다는 수준에 민감하다.
지난 4월30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을 살펴보면, 향후 3~6개월 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했고,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14개월 만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론이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했던 것이 경기회복을 반영한 이유 있는 반등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4분기에 정부지출은 110조원 이상으로 지난 1·4분기보다 경기 견인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저금리 환경으로 인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돈들도 많아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수록 주식 등 투자상품으로 돈일 몰릴 가능성이 있다. 5월에는 이러한 경기회복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에 의해서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지금부터의 걱정은 과열이다. 경기의 회복에 대해 재테크 시장이 흥분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워낙 급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초기 회복은 빠를 수 있지만, 대세 상승과 같이 완연한 강세장은 아니라는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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