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장하자마자 엉겁결에 돼지 인플루엔자 수혜주라고 메신저로 돈 종목 하나를 덜컥 매수해 재미를 본 저팔계씨. 28일 개장전에도 연신 콧노래가 나왔다. 멕시코에선 돼지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가 늘었단 얘기가 들렸지만 저팔계씨에겐 호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당장 미수 친 계좌의 불어난 돈을 생각하며 3일 상한가를 은근히 기대하며 장을 시작했다. 기대대로 자신이 산 종목을 포함해 돼지 테마주들은 28일에도 기세좋게 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저팔계씨의 종목은 장초반 급등 출발하며 다시 상한가로 가는가 싶더니 이내 오름폭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제 팔아야 하나 하고 다른 테마주들을 봤더니 절반 이상이 여전히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테마의 시세가 살아있구나 싶어 끝까지 버티는 쪽을 택했다. 결과는 하한가 마감. 전날 이 종목을 살때 어느 것을 살 것인가 망설이게 했던 다른 종목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 저팔계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젠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29일. 저팔계씨는 아예 분석을 포기했다. 전날 급락한 자신의 종목은 보합권을 넘나들며 선전하고 있는 반면, 아쉽게 놓쳤던 전날 상한가 종목은 급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돼지 인플루엔자의 기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증시의 관련 테마주들은 본격 분화를 시작했다. 일부 종목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일부 종목은 급락반전하며 전날 상승세까지 고스란히 반납, 오히려 사건 발생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27일 돼지 인플루엔자 덕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2조원대를 돌파했던 제약 대장주인 은 28일 장초반에도 급등세를 이어갔다. 한때 14% 이상 상승하며 이틀 연속 상한가까지 바라봤다. 하지만 차익매물이 발목을 잡았다. 장초반 24만원대를 돌파했던 유한양행은 결국 8.27% 하락한 19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7일 함께 상한가를 기록했던 녹십자는 28일까지 상한가로 마감, 시총 1조원대를 돌파했다.
29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유한양행이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녹십자는 10% 내외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나연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의 경우, 치료제인 타미플루 원료를 생산하는 자회사로 인해 테마주에 포함됐지만 관련 매출이 미미한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독감백신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생산설비는 바로 확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사태가 확산될수록 녹십자의 수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옥석가리기 없이 진행된 동반 급등 움직에서 꼼꼼한 실제 수혜여부 가리기 작업으로 들어가면서 종목별 차별화가 시작된 것일까. 김 애널리스트는 "그렇게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일부 종목의 경우,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게 수혜여부가 판가름나고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실제 수혜가능성과 28일의 주가 양극화를 일치시키기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수급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27일 기대감에 한꺼번에 몰린 상황에서 종목별로 차익실현 강도가 달라 주가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28일 하락반전한 종목들을 보면 27일 장에서 뒤늦게 테마주에 합류한 종목들이 주를 이룬다.
폐사된 가축의 멸균 처리기술 개발을 위한 환경부 기획과제에 선정됐다는 재료로 테마에 합류한 LED업체 엔하이테크는 28일 하한가로 밀렸다. 돼지 독감엔 치료제가 없어 링겔(수액제)밖에 맞을 게 없다며 급등한 한올제약과 중외제약도 10% 이상씩 급락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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